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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4.03 | 조회수 : 188

제목 : <사회> “헤이세이 불황 시대 끝났다” 일본 새 연호 ‘레이와’ 환호 글쓴이 : 일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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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겐고(元号·연호의 일본식 표현)는 레이와(令和)입니다.” 

 

1일 오전 11시41분 일본 총리관저 기자회견장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흰 종이에 적힌 일본의 새 연호(年號)를 들어올리자 일본 전역이 일순 조용해졌다. 처음 연호가 도입된 645년 다이카(大化) 개신 이후 등장한 247개 연호에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던 한자 ‘令(레이)’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예상은 빗나갔지만 발음이 고급스럽고 입에 잘 붙는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고 평가했다. 스가 장관의 발표 직전 일본 정부는 임시 각의(우리의 국무회의)를 열고 나루히토(德仁·59) 현 왕세자가 일왕(일본에선 천황)으로 즉위하는 5월 1일부터 사용할 연호 ‘레이와’를 확정했다.   


올해 12월 만 86세가 되는 아키히토 일왕은 2016년 8월 고령을 이유로 큰아들에게 자리를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새 일왕 즉위 한 달 전에 새 연호가 공표된 건 “준비 기간을 두지 않으면 국민 생활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일본 정부의 판단 때문이다.   


일왕의 정치개입을 금지한 헌법에 따라 연호는 일왕이 아닌 정부가 결정한다. 그래서 ‘일본에 대한 긍지’를 강조해 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성향이 연호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고전 ‘만요슈(萬葉集)’에서 연호를 따온 것부터가 그랬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맞대면 문화가 태어나고 자란다는 뜻이 담겨 있다”며 “극한 추위 뒤 봄이 오는 것을 알리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매화꽃처럼 일본인들이 내일을 향한 희망의 큰 꽃을 피우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지난달 31일까지 일본 정부는 일본문학과 한문학, 일본사학과 동양사학 권위자들로부터 추천받은 후보작을 6개로 추렸다. 일본 정부는 발표 당일인 1일 오전 9시 학계·언론계·재계·여성계 등 9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간담회’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후 중·참의원 의장단, 각료들과의 협의를 거쳐 각의에서 연호를 확정했다. 
  
일본 국민들은 종일 축제 무드였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때처럼 함께 모여 TV를 시청하며 환호성을 울렸다. 시부야(渋谷)나 신바시(新橋)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에선 각 신문사가 발간한 호외를 받기 위해 쟁탈전이 벌어졌다. 시즈오카(靜岡)현의 동물원에선 물개가 붓을 입에 물고 새 연호를 화이트보드에 쓰는 퍼포먼스도 벌어졌다. 올 9일 첫 입학식을 앞둔 사이타마(埼玉)현의 한 신설 초등학교는 새 연호 레이와를 학교 이름으로 정했다. 연호를 상품명 등에 활용하는 마케팅도 대유행 조짐이다. 백화점들 중엔 5월 1일부터 대형 세일 행사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일본 언론들은 “동일본대지진 등 자연재해, 옴진리교 사건 등 대형 사건·사고가 유달리 많았고,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이 이어졌던 헤이세이 시대를 마감하며 국민이 새로운 ‘레이와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9-04-02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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