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어떻게 민중이 공산주의라는 사상누각을 뒤집었나

[BBC,2019년 12월 29일]

1989년 12월, 동유럽에서 소비에트 제국이 무너질 때. 나는 고작 6개월 동안에 발생한 각각의 혁명을 보도하기 위해 동유럽으로 파견되었다. 그 6개월 동안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고,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평화로운 방식으로 혁명이, 루마니아에서는 폭력적으로 혁명이 이루어졌다.

1989년 10월 1일, 그 누구도 크리스마스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체코슬로바키아가 공산주의에서 자유로워지며, 루마니아의 폭군 니콜라에 차오셰스쿠가 물러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비에트 블록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것은 사상누각, 성공할 가망성이 없는 계획에 불과했다. 단지 러시아 개입의 두려움이 공산주의 체제를 지속하게 했던 것이다.

1953년 동독의 반란군은 잔인하게 진압되었고, 1956년 헝가리가 소비에트 블록에서 벗어나려하자 소비에트 탱크는 그 혁명을 짓밟았다. 1968년에 체코슬로바키아의 지도자인 알렉산데르 둡체크는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주장했고, 이를 본 모스코바에서는 다시 한번 체코슬로바키아로 탱크를 보냈다.

하지만 1989년 10월 무력이라는 위협이 사라졌다. 동독의 시위대가 길거리로 나왔을 때,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USSR)의 개혁적인 대표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동독의 정권에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소련 블록은 우연한 사건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소비에트 제국의 붕괴

1989년 11월 9일 저녁, 동독 정권의 대변인 귄터 샤보브스키는 평소와 같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련 공산당 중앙 위원회 정치국은 국민들에게 서독을 방문할 수 있는 비자를 제공함으로써 긴장을 완화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 정책은 단순히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기 위한 관료적 절차라는 수단일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이것을 샤보브스키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그가 기자회견장으로 급하게 가는 바람에 그는 계획을 상세히 기술한 문서를 오인하고 말았다.

누군가 언제부터 새로운 시스템이 발효되는지 질문했을 때 샤보브스키는 당황해하며, “즉시 발효된다”고 답했다.

동독의 모든 국민들이 시청하던 서독 방송사에서는 이 말의 의미를 바로 그날 밤에 베를린 장벽이 개방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엄청난 수의 인파가 동독에서 모여들었으며, 국경 수비대가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그대로 두었다. 소비에트 연합의 압제를 상징하는 주요한 상징물인 베를린 장벽은 그 날 더이상 독일을 둘로 갈라두지 않았다.

1989년 11월 12일, 베를린 장벽 위에서 공산주의의 붕괴를 축하하는 서독 시민들

다음날 밤 나는 베를린 장벽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빛이 마법 랜턴으로 돌아오다

인접해있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77 헌장의 지식인들이 그 반대파를 이끌었다. 그들은 잔인하게 억압받았지만 수장인 극작가 바츨라프 하벨은 그들이 경제와 법을 개혁하는 자세한 사안들을 가지고 대기하고 있는 정부처럼 행동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8일 후인 11월 7일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내가 11월 19일에 프라하에 착륙한 후에 바로 광장으로 향했다. 1968년 프라하의 봄 때 침공의 비탄/비통함을 견뎌낸 나이 많은 사람들은 집까지 터덜터덜 걸어가는 반면에, 1968년 프라하의 봄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젊은이들은 그 시위장소로 신나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아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천천히 시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1월 24일에는 광장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1989년 12월 10일 바츨라프 하벨이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에서 수많은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그날 밤, 줄곧 가택 연금 상태에 있던 프라하의 봄을 이끈 알렉산데르 둡체크는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멜란트리히 건물에 왔다.

나는 바츨라프 하벨 곁에 서 있었는데, 하벨이 둡체크를 맞이하고 수많은 군중이 내려다 보이는 발코니로 안내하는 모습은 마치 나이 많은 아버지를 대하는 아들처럼 친절했다.

군중은 그의 모습을 보고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둡체크의 목소리가 처음에는 떨렸지만 점점 강해졌다 “그 빛은 이전에 여기 있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지금 빛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숨기지 않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늦은 밤, 77 헌장의 본부인 마술사의 등불 극장에서 나는 둡체크와 하벨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무대 위에 앉아있는 것을 봤다. 대변인 얀 어번은 샴페인 한 병을 들고 서둘러 와서는 공산주의 체제가 사임했다고 알렸다. 그 혁명은 끝이 났고 처음부터 끝까지 평화적이었다.

연료가 부족한 루마니아의 독재자

가장 힘든 일은 루마니아였지만, 공산주의 기간은 한 달밖에 더 지속되지 않았다.

루마니아 공산주의의 리더인 니콜라에 차오셰스쿠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전체주의자가 되어갔다. 그리고 비밀 경찰인 세큐리타테는 잔인했다.

12월 중순 즈음, 루마니아 내에서 억압받던 헝가리어를 쓰는 소수자들은 티미쇼아라의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

아무도 티미쇼아라의 시위가 얼마나 심각한지 감히 차오셰스쿠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차오셰스쿠는 12월 21일 부쿠레슈티에서 반시위 세력을 소집해야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비밀경찰은 노동자들을 동원하여 투표율을 더 높이기 위해 공장을 향해 버스를 타고 간 상태였다. 군중이라는 익명성 속에서 몇몇 사람들이 야유를 하기 시작했다. 차오셰스쿠는 연설을 하는 도중 얼어붙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전에는 한 번도 그런 야유를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티비를 통해 생방송을 보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연약함을 목격했다.

그날 밤부터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다음 날 아침인 12월 22일 군중이 막 그의 본부로 쳐들어가고 북쪽을 향해 가고 있을 때, 대통령과 그의 아내 엘레나는 헬리콥터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하지만 갑자기 연료가 떨어졌다고 파일럿이 착륙했고 차오셰스쿠의 경호원들은 점차 사라졌다. 남편보다 억센 엘레나는 총을 뽑아들고 지나가는 자동차를 빼앗았지만 결국 그들은 시위대에 붙잡혔다.

크리스마스에 나와 동료들은 차오셰스쿠의 버려진 아파트를 촬영했고, 가정부는 나에게 기념품으로 독재자의 펜을 주었다.

그날 밤 나는 방송하러 방송국으로 막 가려던 참에 누군가가 독재자와 그의 부인이 총살되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나는 대본을 빠르게 다시 썼고 안도감에 뒤로 기대서 앉아있던 순간, 불현듯 차오셰스쿠의 사망기사를 그의 펜으로 썼다는 걸 깨달았다.

링크: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50821545?intlink_from_url=https://www.bbc.com/news/topics/cvenzmgyg1lt/czech-republic&link_location=live-reporting-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