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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8.06 | 조회수 : 496

제목 : 《7.8》[글로벌포커스] 韓·中정상회담 이후의 과제 - 매일경제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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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으로 열린 한ㆍ중 정상회담이 양국 간 진일보한 교류 발전 추세를 확인한 가운데 원만하게 마무리되었다. 1박2일로 짧은 방문이었지만 중국은 펑리위안 여사의 퍼스트레이디 외교ㆍ판다 외교를 통해 철저하게 계획된 매력 공세(Charm offensive)를 펼쳐 중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제고에 성과를 거뒀다. 또 시 주석 역시 대학 강연을 통해 대일 역사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일본 우경화에 대한 염려를 직접 전달하는 목표를 달성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FTA 연내 타결 노력, 원ㆍ위안화 직거래에 합의하고 10여 년을 끌어온 영사협정에 서명하였다. 또내년 해양경계협정 논의를 재개하기로 하고 고위층 방문 정례화를 비롯해 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하기로 합의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련의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고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우리 기대가 과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번 방문에서 표면적으로는 경제 외교와 단독 방문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한국을 중시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사실 중국은 미국의 지속적인 중국 견제와 일본과 영토 분쟁, 그리고 예전 같지 않은 대북 관계와 최근 들어 가속화하는 북한ㆍ일본 간 밀착 분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중국은 전략적으로는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전략을 견제하면서 전술적으로는 대일 역사문제 공조와 한ㆍ중 경제교류 확대를 무기로 한ㆍ미ㆍ일 구조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공략해 한ㆍ미 동맹 균열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도 이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무엇보다도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 측의 진전된 태도를 도출해 내는 것이 최대 관심사였다. 양측은 북핵과 관련 공동성명에 `한반도에서의 핵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문구를 삽입했고, 이는 `북한 핵 개발`이나 `4차 핵실험 금지` `북한 비핵화` 등 우리가 기대한 문구와는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관 국가의 핵 개발이 심각한 위협`이라는 작년 공동성명과 비교해 보면 이는 상당한 진전이다. 여전히 북한이 전략적 자산이라는 중국 지도부 입장이 절충된 문구지만 미세한 변화가 감지된다.

문제는 양국이 공동성명을 설명하는 기자회견문이나 외교부 발표문에서 구조적 시각차가 발견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우리가 강조한 `한반도 핵 개발 반대`는 언급하지 않은 채 6자회담을 통한 해결을 주장했고, 우리가 회견문에서 언급하지 않은 대일 역사 공조와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등을 강조했다. 한국도 중국이 희망한 역사공조 문제를 부속서를 통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함으로써 일본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공동성명에는 넣지 않았고 기자회견문에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여전히 양국 간에 궁극적으로 북한을 보는 시각이나 한ㆍ미ㆍ일 공조 체제를 보는 관점에 있어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한계로 인식할 수만은 없다. 이번 회담은 시진핑 체제가 아시아 신뢰 구축회의(CICA)를 통해 신안보관을 주창하고 AIIB 창설, 신실크로드나 해양실크로드 구축 등을 통해 주동적이고 현실적인 외교를 지향하는 순간에서 수교 22년을 맞이하는 양국이 이제야말로 본격적인 구체적 사안 논의 단계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국 지도자 간 친밀도를 고려할 때 공동성명에 표현된 것 이상으로 구체적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믿는다. 이번 회담이 양국이 강조한 `성숙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구축을 위한 진정한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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