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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0.05 | 조회수 : 725

제목 : 《9.29》[글로벌포커스]유커 600만 시대, 문화를 팔자 - 매일경제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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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명 이상의 중국 관광객 유커(游客)가 세계를 누비면서 100조원 이상의 비용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리적 인접성과 한류에 의해 형성된 문화 이미지 그리고 제도화된 선진적 국가 이미지와 쇼핑의 편리함 등을 이유로 중국 유커의 방문이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미 작년에 430만명이 한국을 방문했고 올해는 600만명, 내년에는 1000만명의 방문이 예상된다고 하니 중국 유커는 우리 내수시장을 떠받치는 한 축으로 현재는 물론 향후에도 경제적으로 분명한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산업은 생산유발 효과가 큰 산업이다. 산업연구원과 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중국 유커는 8조원 이상의 소비와 쇼핑이나 숙박업 등에서 창출된 12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등 총 13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고 한다. 향후 유커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므로 중장기적으로도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중국 유커의 20%만 한국을 방문해도 2000만명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칫 이러한 숫자 놀음에 빠져 중국 유커의 방문을 기다리는 수동적 자세로는 관광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제대로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긍정적 국가 이미지를 수립하는데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 유커의 75%는 저가 패키지 방문으로 숙박은 물론 음식 교통 등 측면에서 중국 유커가 기대하는 `한국적`인 것들을 보여주기가 어렵다.

백화점이나 대형 면세점을 이용하는 자유 쇼핑 여행객들은 그나마 독자성이 있지만 왕복 비행기 표 값도 안 되는 비용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패키지여행 상품으로는 과도한 바가지 쇼핑을 피할 수 없으며 제대로 된 식사 제공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언어만 통하는 무자격 관광 가이드들은 지속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유커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우리가 해외 저가 여행을 해본 후 느꼈던 심정을 중국의 유커들도 그대로 느낄 것이 분명하며 이는 한국에 대한 실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해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산업이 될 수 없다. 숫자보다는 실질적 관광 수입의 증대가 필요하며 유커 방문 및 소비 효과가 일부 업장이나 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그 효과가 퍼지는 게 중요하다. 물론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숙박시설을 대폭 늘리고 대형 리조트 등을 건설해 증가하는 유커 수용 능력을 확대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게 있다. 본격적인 관광산업의 생산유발 효과 지속은 관광객들로 하여금 다시 오고 싶도록 만들고 또 실질적으로 재방문을 유도하는 데 있다. 중국어 길 안내나 각종 안내판을 조속히 정비하고 삼삼오오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다시 방문해도 특별한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편리성을 확보해줘야 한다.

말로만 IT 강국을 강조할 게 아니라 스마트폰 환경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런 부분들을 해결해줘야 할 것이다. 이러한 준비는 중국 유커는 물론이고 대만이나 동남아 화교들의 한국 방문을 증가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세계적 국가로 성장한 잘 정비된 선진 국가이며 세계로 한류를 수출하는 문화 강국이다. 사계가 분명한 자연환경, 수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문화, 그리고 이를 현대와 접목한 대한민국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관광 상품이 개발돼야 한다. 문화 대국이며 문화 민족 한국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노력이 시급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ㆍ중국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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