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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0.12 | 조회수 : 616

제목 : 《10.7》[오피니언] 홍콩사태의 經濟파장 예의 주시해야 - 문화일보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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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사태가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무늬만 직선인 2017년 홍콩 행정수반 선출 방식이 야기했던 이번 홍콩 사태는 시진핑 시대 중국의 민주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시금석으로 비친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1989년 톈안먼사태 진압 방식을 적용해 본때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하면서 성급하게 베이징 지도부와 홍콩 주민 간의 대립 구도로 몰아갔다.


시진핑은 상이한 정치체제를 인정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와 홍콩 주민의 자치를 보장하는 ‘기본법’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홍콩 소요 사태를 중국 내부 문제와는 다른 차원에서 분리해 다루겠다는 중국 정부의 암시임에도 이를 시위대에 대한 ‘경고’로 읽는 왜곡 현상도 나타났다. 11월 초 베이징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신형 대국’ 중국으로서는 국가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도 홍콩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홍콩 주민은 홍콩의 ‘중국화’에 민감하다. 물밀 듯 들어오는 중국 ‘요우커’로 인한 소란함은 관광 수입에도 불구하고 달갑잖다. 베이징 지도부는 홍콩 자치의 원칙을 되뇌지만 홍콩을 쥐락펴락하는 실세는 중국에서 내려온 관상(官商) 조직이다. 대규모 시위로 홍콩의 존재감을 확인하곤 하지만, 영국이 중국에 ‘반환’한 식민지 홍콩의 역사적 한계도 잘 알고 있다.


이번 시위의 배경에는 ‘중국의 꿈’으로 포장한 시진핑 정부의 과도한 ‘국가주의’가 결국은 홍콩을 삼켜버릴 것이라는 주민들의 두려움이 깔려 있다. 여기에 베이징에 대한 ‘해바라기’식 저자세로 홍콩의 정체성을 내팽개친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 개인에 대한 반감과 분노가 녹아들었다. 시위 초기 홍콩 당국의 최루액 진압도 베이징 정부의 ‘심기’를 잘못 읽은 과잉 충성이다. 뒤늦게 중국 지도부의 홍콩 사안 분리 방침을 파악한 렁춘잉은 떠밀려 대화 카드를 뽑아 들 수밖에 없었다.


‘센트럴 점령’이라는 구호가 의미하듯 홍콩 시위는 한정된 구역의 상징적 ‘텐트 점령’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렁춘잉의 사퇴나 중국의 직선 방식 변경은 가능성이 작으며, 홍콩 경제(經濟)를 지탱해주는 관광 성수기를 맞아 홍콩 금융 및 상업의 핵인 센트럴지역의 장기 점령은 홍콩 주민 다수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 베이징 정부 역시 세계 금융센터의 하나로서 홍콩이라는 보석을 그리 쉽게 버릴 수 없다. 홍콩을 통한 중국 상품의 재수출은 홍콩이 원산지로 표기돼 서방과의 무역 마찰을 완화하고, 국제 화폐인 홍콩달러는 완충과 중개 역할을 통해 중국 위안화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수호천사다. 1980년대 초 국제사회가 여전히 중국의 변신을 못 미더워 하던 시기에 자본과 기술로 중국의 성공적 개혁을 도왔던 홍콩의 기여는 그리 간단히 저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중국이 갈등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단지 이번 홍콩 시위가 어정쩡하게 마무리된다 해도 베이징과 복잡하게 얽힌 홍콩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 확산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상승 작용을 일으켜 아시아 금융시장의 심각한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금융센터 홍콩의 위치가 흔들릴 경우 대체지로서 싱가포르나 서울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도 있으나,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클 것이다.

중국이 조급증에 빠져 홍콩을 입맛에 맞게 변화시키려 든다면 아시아 시장 전체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될 것이며, 이는 홍콩과 싱가포르, 서울 등 금융시장의 동조(同調) 현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최근 한국경제의 환율 불안과 증시 하락이 이와 무관치 않다. 홍콩 사태는 중국의 정치 민주화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아니라, 동아시아 금융 및 무역 센터로서 홍콩이 수행해 왔던 기능 변화가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조기경보로 봐야 한다.

 

오승렬 /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장·중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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