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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1.18 | 조회수 : 542

제목 : 《11.11》[오피니언]韓中 FTA, 장기적 國益 확보가 관건 -문화일보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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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FTA, 장기적 國益 확보가 관건
오승렬 /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장·중국학

 한·중(韓中) 양국 정상은 10일 베이징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10대 무역국 중 유일하게 3대 경제권인 미국·중국·유럽연합(EU)을 포함,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3%를 차지하는 지역과 FTA를 체결한 무역 허브의 토대를 다졌다. 중국 입장에선 무역대국과의 첫 FTA이며, 한국은 최대 무역 상대국과의 FTA를 통해 경제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합의 내용을 보면, 우리 정부가 노심초사했던 농산물 부문의 방어와 서비스 산업 진출 통로 개척에서 나름 선전했지만, 공산품 영역의 중국 시장 개방은 기대에 못 미쳤다.

협상 전략 차원에서 평가한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중국 주도의 ‘세계 경제 새 판짜기’ 무대로 삼으려는 중국은 한·중 FTA 타결 선언이 절실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한국의 농산물 관련 강박증을 십분 활용해 공산품 영역을 방어했고, 느닷없이 보편적 원산지 인정 기준인 부가가치 생산 35∼40% 수준을 크게 웃도는 60%를 요구하는 강공책을 구사했다. 한·중 FTA를 통해 한국이 얻을 무역 및 제조업 허브로서의 편익을 겨냥한 급소 공격이었다. 각급 정부의 초법적(超法的) 보호주의와 무형의 무역 및 투자 장벽을 고려할 때, 한국은 중국의 제도적 맹점을 좀 더 집요하게 공격했어야 했다. 주고받기식 협상보다 중국의 APEC 조급증을 활용한 지연 전술과 ‘공격은 최상의 방어’라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다.

아직 긴장의 끈을 늦출 때가 아니다. 중국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타결’을 선언해 일단 명분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 남은 협상 과정에서 실리 확대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특히, 한국이 취약한 부분은 대북(對北) 영향력을 앞세운 중국의 강력한 정치·경제적 협상 전술 구사, 부분 관세 감축 및 할당 관세 대상 농산물 시장의 중국화 가속화, 중국과의 과당 가격 경쟁에 노출될 중소기업 분야다. 아직 겹겹의 장막으로 가려진 중국 시장과 유리 상자 같은 한국 경제 구조를 비교할 때, 한국 시장에 대한 한·중 FTA의 실질적 파급효과는 훨씬 강할 수밖에 없다. 또 중국은 한국 경제가 한·중 FTA를 기반으로 중국과 미국 및 EU를 잇는 ‘플랫폼 경제’로 성장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견제하려 한다. 한·중 양자 관계는 중국 주도로 발전시키되, 다자 관계에서 한국이 중국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중 FTA의 ‘실질적 타결’에도 불구하고, 세부 협상 및 협정 문안 조정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다시 한 번 긴장할 때다. 우선, 행여 북한 관련 중국의 역할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한·미 동맹 관계에 대한 중국의 서운함에 대한 외교적 고려가 우리 정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쳐서는 곤란하다. 구체적으로는 1∼2개의 품목 조정보다 원산지 인정 기준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한·중 FTA는 당장에 미칠 실물 경제적 효과보다 중개(仲介) 기능 확보를 통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도약을 뒷받침할 구조적 업그레이드 계기로서의 의미가 크다. 농산물 역시 초민감 품목이라는 소극적 방어 개념을 벗어나, 한국 농업의 체질 개선과 중국에 대한 농업 투자 환경 보장이라는 적극적 공세를 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반대급부 지급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중 FTA는 국내 정치용 화두가 아니라 장기적 국익(國益)의 지킴이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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