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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3.04 | 조회수 : 873

제목 : 《12.9》[시론] 中 저우융캉 몰락이 시사하는 것-세계일보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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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16조원이 넘는 부정축재에 무분별한 여성편력과 보시라이(薄熙來)의 조력자로 시진핑 체제 확립의 걸림돌 중 하나였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결국 몰락했다. 저우융캉은 후진타오(胡錦濤) 지도부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중국의 공안·사법·무장경찰 등의 공권력을 총지휘하는 정법위원회 수장이었다. 그런 저우융캉이 지난 5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직접 주재한 당 정치국회의에서 ‘저우융캉의 엄중한 기율위반 사건에 대한 조사보고’가 채택되면서 거액 수뢰, 직권 남용, 기밀 누설 등의 조사 중 또 다른 범죄 혐의가 포착돼 확인 결과 당적 박탈과 함께 검찰에 송치돼 사법처리를 기다리게 됐다. 

이로써 시진핑 체제가 호랑이든 파리든 용서하지 않겠다면서 강력하게 추진하는 반부패 운동은 세 마리 호랑이로 거론되던 군부의 구쥔산(谷俊山)과 쉬차이허우(徐才厚), 그리고 저우융캉을 정리했다. 특히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상하이방을 등에 업고 있는 저우융캉에 대한 사법처리는 부정부패 일소에 성역이 존재하지 않음을 정치권 및 사회에 전하면서 권력을 한층 공고히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사실 저우융캉이 낙마할 것이라는 소문은 이미 2012년 12월에 나왔고 당은 지난 7월 29일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입안 심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기정사실화됐다. 이미 200명이 넘는 저우융캉 주변 인물과 가족이 거의 모두 체포됐고, 그가 형성했던 페트로차이나를 중심으로 한 석유방(石油幇·석유 인맥)과 국토자원부 인맥, 쓰촨(四川)성 세력, 공안부 인맥도 모두 와해됐다. 

그럼에도 이번 저우융캉에 대한 처분은 중국 정치에 있어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공산당 지도부가 정치국 상무위원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처분을 감행한 것은 우선 이 사건을 단순한 부패 사건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범죄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이미 보시라이 사건에서도 나타났듯 저우융캉은 임의로 공권력을 동원하는 정변 행위를 했으며, 자신의 퇴임 후 권력 유지를 위해 보시라이에게 자신이 맡고 있던 정법위를 맡기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보시라이 노선이 중국 지도부가 추구하는 개혁과 개방보다는 ‘마오쩌둥(毛澤東)식 발전’을 도모하는 ‘충칭(重慶)모델’을 고취했음에도 보시라이를 변호하는 입장에 서는 등 새 지도부의 노선에 정면으로 도전했기 때문이다.


이번 처분과 관련해 생각해 볼 대목이 있다. 우선 저우융캉의 혐의 중 ‘당과 국가의 기밀 누설’의 의미다. 시진핑 가족 3조 보유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2조7000억설 등 최고위층의 재산 문제를 서방에 누설했다는 설도 있고 쿠데타 연관설도 있다. 전자를 밝히자니 그것이 사실이라면 중국 최고위층의 부정축재를 인정하는 꼴이고, 후자는 정치 불안정성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알려져 국내적 불신 증대와 세계적 국가 중국의 이미지에 결정적 손상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조사 과정 중에 또 다른 범죄 행위가 포착됐다’는 혐의 역시 향후 새로운 형태의 투쟁이나 갈등이 초래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다음 대상이 후진타오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 전 통일전선부장이 지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종국적으로 왕 호랑이로 불리는 원자바오 전 총리와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 자칭린(賈慶林) 전 정협 주석, 그리고 대왕 호랑이 장쩌민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말 역시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저우융캉 사건은 이제 1∼2년에 걸친 사법처리 과정을 겪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각종 혐의를 둘러싼 억측이 난무할 것임은 자명하다. 결국 이 사건의 피해자는 중국 공산당이며, 그들이 통치하는 중화인민공화국과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와 통치 능력에 실망할 국민이다. 국민을 염두에 두지 않는 권력욕과 다툼은 모든 사람을 패배자로 만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강준영 한국외대교수·중국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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