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 55051309

작성일 : 15.04.22 | 조회수 : 734

제목 : 《3.23》[한반도포커스] 사드와 AIIB 분리해서 다뤄야 - 국민일보 글쓴이 : paxsinica
첨부파일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애매한 태도로 논란만 키우고 있다. ‘요청이나 협의, 결정이 없었다’는 사드의 ‘3NO’와 중국이 이달 말로 가입신청 시한을 정한 AIIB에 대한 ‘신중 검토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간끌기’는 논리 및 전략 부재 탓


이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식의 소극적 우유부단함이며, 유용한 ‘전략적 모호성’이 아니다. 협상 과정에서 성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모호성은 득이 되지만 적절한 타이밍과 국익 차원의 결단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시간 끌기’는 논리와 전략 부재에 다름 아니다. 두 사안 각각에 대한 전략적 대응 방안 논의는 뒷전이다. 대신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상한 ‘균형외교’ 논리로 두 나라의 요구를 맞교환식으로 수용하는 쪽으로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이 와중에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를 미국과 중국이 협상토록 하라는 자조(自嘲)의 소리도 들린다. 


미국의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방어력 강화의 의미를 지닌다. 또 사드 배치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힘의 ‘재균형’ 정책의 상징적 성과로 한국을 활용하려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 19일 미 육군 우주미사일사령부 사령관이 하원 군사위원회 소위에 출석해 ‘2013년 괌에 배치된 사드 포대 외에 금년 말까지 미 본토에 3개 포대를 실전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본토에도 아직 제대로 배치하지 않은 사드의 한국 배치를 검토한다는 것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말처럼 21세기를 ‘미국의 태평양 세기’로 만들기 위한 서태평양 전략의 가속화를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가 ‘사드 배치는 북한 위협에 대응한 것’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할 필요는 없다. 한국 입장에서는 사드 배치 방침 결정에 앞서 북한이 핵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면 ‘어쩔 수 없이 대안의 하나로’ 검토할 수도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북한의 변화 유도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의 이익이 반드시 한국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음은 국제관계의 상식이다. 

AIIB는 별도로 다뤄야 한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통화기금(IMF)이나 1966년 창설 이후 줄곧 일본이 총재직을 독점하고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AIIB를 창설한다고 하지만 중국의 힘을 활용한 국제적 영향력 확대가 본심이다. 

국익 극대화를 위한 대안 제시 아쉬워 

인접한 한국으로서는 AIIB가 중국의 역내 경제패권 수단이라면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검토’만 할 것이 아니라 AIIB 투자 대상 선정 기준 및 운영 방식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구체적으로 요구해야 하며, 특히 남북한과 중국을 잇는 수송 인프라 구축을 시범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가입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아시아 인프라 투자 사업 및 중국 내수시장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유럽 주요국이 하니까 우리도 부담 없이’라는 판단은 위험하다. 역내 영향력 확보에 열심인 중국에 한국의 참여는 훨씬 중요하다. 행여 우리 정부가 사드로 발목 잡는 중국에 ‘묻지마 AIIB 가입’으로 보상할까 우려된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의도를 분명히 읽고, 이들과의 견제와 협력 속에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우리 국익 극대화를 위한 구체적 대안 제시가 아쉽다. ‘전략적 모호성’의 베일 속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성급한 방침이 북한의 ‘핵 의지’를 강화시키거나, 중국이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의 부담을 이용한 AIIB 밀어붙이기로 역내 경제 패권을 추구한다면 우리의 국익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한반도포커스-오승렬] 사드와 AIIB 분리해서 다뤄야 기사의 사진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