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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13 | 조회수 : 1794

제목 : '이덕선 장학금' 수혜자 글쓴이 : 발전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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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선 선생님께

 

선생님, 처음 이렇게 편지로 뵙습니다. 이번에 선생님의 장학금을 받게 된 한국외국어대학교 00학과

000입니다.

 

날은 좀 따뜻해졌습니다만, 학기 초부터 마음 한편은 꽁꽁 얼어 있었습ㄴ디ㅏ. 가슴 한 구석에서는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외침이 가득했지만, 정작 학교를 다니면서 지금 내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학업 외에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당장 내일이 급급한 상태는 아니었으나, 화창한 하늘에 대고 미래를 조용히 떠올려 볼 만큼 스스로에게 여유를 부여할 현실은 되지 못했기에 마음은 늘 어둡고 차가웠습니다.

 

 학교 앞에 벚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그와는 달리 차갑기만 한 제 자신에 대해 회의할 때, 연락 한통이 왔습니다. 그것은 선생님의 장학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통보였습니다. 어안이 벙벙했으나 그때서야 비로소 지금이 봄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 그저 "또 다른 삶의 전선이 이어지겠구나"라고만 생각했던 4월이 그때에서야 봄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 후 고개를 들고 맑게 갠 하늘을 보니, 문득 어렸을 때 꿈이 "바다처럼 맑고 파란 눈을 가지는 것"이었음을 회상할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섬에서 자라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저는 "바다같이 맑고 파란 눈"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어릴 적 신안 앞바다에 나가 끊임없이 펼쳐지는 수평선과 파랗게 속이 내비칠 정도로 깊은 바닷물을 볼 때면, 할머니는 습관처럼 "바다같이 넓고 깊은 눈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는 늘 바다가 스스로 자신의 깊이를 수많은 세월동안 바닷물로 채워왔듯이 사람도 제 스스로 그 깊이를 채워 나가야 하며, 넓은 수평선이 태양을 더 풍부하고 붉게 비추는 것처럼 사람도 넓은 아량으로 누군가를 더 밝게 비출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 말 뒤에 덧붙이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도 누가 보기에도 총기 어린 파란 눈을 가져야한다는 사명감으로 살아 왔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와서, 그것이 쉽지 않은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거울을 보고 억지로 눈을 부릅떠도 거울 앞에 비친 두 눈은 빨갛고 어둡기만 했습니다. 때로는 주변 환경에 대한 원망으로 눈을 질근 감고 스스로의 모습 보기조차 피했던 때가 있스빈다. 그렇게 지내던 중 선생님의 장학공고는 왠지 여유없던 삶에 돌파구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았고 주저 없이 장학금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선생님의 은혜 덕분으로 예전의 제 모습을 서서히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한편으로는 아직까지도 마음이 불편합니다. 혹여나 저보다도 환경이 어려운 학우가 괜시리 저 때문에 장학금을 수령하지 못하고 어려운 생활을 이어나가는 않을지 염려도 됩니다. 하지만, 오히려 더욱 그렇기에, 저는 제게 주어진 장학금이 단순히 "내 것"이 아니며, 언젠가 저와 비슷한 다른 처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빚이라고 다시 한 번 명심하게 됩니다.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교육봉사를 더욱 철저히 준비해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삶에 선생님의 은혜를 나누어주고, 미래에는 저와같은 후학들에게 선생님에게 받았던 빚을 돌려줄 수 있도록 더욱 훌륭한 인품으로 자라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을 것입니다.

 

 지난해 읽었던 '요노스케 이야기'라는 책이 문득 떠오릅니다. 이 책에서 작가인 요시다 슈이치는 행동의 나비효과와 관련된 메시지를 제시합니다. 주인공인 요노스케는 선로에빠진 사람을 구하고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들었다가 최후를 맞이하는데, 이러한 주인공의 태도는 그의 '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을 하자'는 인생 철학을 충실히 실행한 결과입니다. 그의 삶은 소설 끝에 나오는 엄마의 편지에서처럼 "틀렸어, 구할 수 없어"가 아니라 "아니야 할 수 있어"라고 믿었을 법한 "요노스케다운"결론이었기 때무입니다. 작년에  있었던 참혹한 세월호 사건에서 대한민국의 한줄기 희망이라 불렸던 의인들의 홀연한 죽음도 그와 마찬가지 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들도 "이대로 죽게 되겠지"라는 생각보다 "함께 나갈 수 있을 거야"라고 확신했을 것입니다. 또한 다같이 슬픈 최후를 맞게 되었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에도, 자신이 믿었던 대로 행동한 스스로의 모습에 의연하고 대견했을 것입니다. 이런 의연한 행동은 죽음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행동은 행동을 낳습니다. 다시말해, 그들의행동은 죽지 않고 다른 이들의 삶에 따뜻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슬픔뒤에 봐야하는 인간의 위대한 이심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사 최선을 다하자는 신념과 의지를 가졌던 요노스케와 위대한 의인들 한 분 한분의 인생은 마침표가 아닌 연장선 중간에 있을 뿐입니다. 저 역시 그분들을 보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스니다. 제가 그 분들로부터 그 신년을 더 크게 이어받았듯이, 저 또한 더 큰 나비효과로 우리 사회에 공헌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장학금은 저를 그 나비효과 연장선의 한 가운데에 설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파란눈을 가지고 싶다는 건전한 소망을 품었듯이, 누군가도 저와 같은 건전한 뜻을 품고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2015. 4. 9. 수요일

000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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