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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02 | 조회수 : 1350

제목 : ▷개인상담후기◁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시간 글쓴이 : 학생생활상담연구소_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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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시간

                                                                                                                            철학과 2학년 남학생

  일주일에 1시간 매주 수요일 오후1시부터 2시까지, 나는 우중충한 날씨 후 맑고 푸르른 하늘을 보는 상쾌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내 안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있다. 기쁨과 슬픔, 열정과 무기력함, 희망과 절망. 내 안에 있는 이런 다양한 세력들은 나를 지배하는 중심세력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다투고 있다. 최근 들어 그 다툼은 과거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면서 바야흐로 내 마음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언제 누구에게 들은 말인지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방황하지 않는 청춘은 청춘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나는 방황하는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공기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는 있지만 숨 쉬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 잘 모르는 것과 같이 방황하는 청춘은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나도 그렇다. 지금의 ‘나’는 먼 미래의 내가 돌아보며 그리워하게 될 ‘나’이지만 정작 지금의‘나’는 현재 모습보다는 미래의 ‘나’를 더 중요하게 여기며, 그가 과거의 ‘나’인 현재의‘나’를 돌아보며 후회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곤 한다. 나이가 더 들면 알게 될까? 그때는 정말 알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모른다. 이건 알려고 해서 알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자연히 알아지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지금 어쩔 수 없이 방황하는 젊은 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다.
  나는 이제껏 살아가는 방법에 있어서 오답보다는 정답을 좋아했고 정답보다는 응답을 좋아했다.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정하는 오답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하는 정답이길 바랬고, 또한 그 정답이 참신하고 발전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아 나에게 응답해주길 바랐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정답은 뭘까? 또 ‘응답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답을 찾는 일은 점점 어려워졌다. 성장하면서 보다 다양한 상황을 겪게 되고 그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 빠지는 일이 잦아졌다.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정답이 되고 응답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오답인 경우도 많았다. 정답이 되고 응답이 되면 기쁘고 흥분되며 열정적이 되지만 오답이 되는 경우엔 좌절과 패배감 무기력함에 빠져들었다.
  정답과 응답만이 의미가 있었던 1학년 새내기 시절 나는 항상 ‘정답이 뭘까?’하는 물음을 달고 다녔고 또 응답을 받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주로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고민은 정말 대단했다. 지나칠 정도로 생각이 많아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
았고 나는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쌓아둔 고민을 한 번에 털어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군대에 가는 것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에게 군대에 가는 건 삶으로부터의 도주에 가까웠다.‘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삶의 문제들은 내 스스로 도저히 해결 할 수 없습니다. 2년의 유예기간을 갖겠습니다.’이렇게 나는 입대를 했다. 그리고 2년이 시간이 흐르고 올해 2월에 나는 건강한 모습으로 전역했다.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나는 예전에 비해 어딘가 달라진 모습이긴 했지만 여전히 정답과 응답에 큰 의미를 두며 방황하는 청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군 전역 이후 바로 복학을 하였는데 그 무렵 나는 진로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면서, ‘앞으로 뭘 하지?’‘내가 잘 하는 건 뭘까?’하는 질문을 충족시킬 만한 정답을 찾으면서 다시 방황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학생생활상담연구소에서 무료로 적성검사 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내 진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학생생활상담연구소를 찾아갔다. 직업흥미검사와 성격진단검사, MBTI검사 등을 하고 난 후 검사결과를 놓고 상담선생님과 첫 1:1 대면상담이 시작되었다. 상담을 하는 내내 상담실에선“아~!”하는 깨달음의 탄성이 끊이질 않았다. 그 탄성은 그동안 몰랐던 나에 대해 스스로 알게 되면서 터져 나오는 탄성이었다. 타인을 의식하는 경향이 짙은‘정답과 응답에 큰 의미를 두는 삶’에 가려졌던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동안 나는 왜 스스로에게 이렇게 무관심 했던 것일까? 왜 나를 잘 몰랐을까? 지금껏 나보다는 타인에게 큰 의미를 두며 살아왔던 내가 나를 발견하는 것은 정말 기쁘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진로문제에 대한 정답을 찾기 위해 찾았던 첫 상담에서 나는 ‘타인’이 아닌 ‘나’를 발견했다.
  이후에도 한 학기 내내 상담은 이어졌다. 첫 상담 이후에는 그날그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말하면서 자유롭게 진행되었다. 상담하는 동안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진지하게 들어주셨고, 그 과정에서 선생님의 물음에 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에 대해 알게 되었다.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알게 되었다. 참 신기했다. 난 분명 모르고 있었는데 잘 생각해보고 말해보니 알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타인보다는 나에게 더 의미를 두며, 타인의 생각이 아닌 나의 생각을 묻기 시작했다. 또한 타인의 기준에 의해 정해지는 인생의 정답이 나에게 큰 의미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응답은 삶의 목적으로는 부적절하며, 그것은 단지 자신에게 집중했을 때 저절로 얻어지는 결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나는 과거와 비교할 때 매우 안정적이다. 아직 나의 방황하는 청춘시대가 막을 내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앞으로 더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 자신 있는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말하고 싶다. “ 내가 나에 대해서 좀 아는데.. 알면 알수록 괜찮은 사람이거든? 앞으로도 나에 대해 계속 알아갈 거야. 그러니 아는 만큼 괜찮은 사람이 되겠지?”
  일주일에 1시간, 매주 수요일 오후1시부터 2시. 이 시간 동안‘나는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고, 타인의 생각과 시선을 중요하게 여기며 스스로 짓밟았던 나의 자존감이 회복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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