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 27580994

작성일 : 13.08.17 | 조회수 : 443

제목 : 《8.5》[글로벌포커스] 정전 60년, 중국은 과연 변했나 ─ 매일경제기고 글쓴이 : paxsinica
첨부파일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부주석이 북한 전승절 행사(6ㆍ25 정전협정 기념일)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북한을 방문했다. 리 부주석은 중국공산당 권력서열 8위로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방북한 최고위급 인사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 제1비서가 직접 나서 국가원수급 예우를 하면서 북ㆍ중 간 혈맹 정신, 핵보다는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는 등 중국과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비록 상무위원은 아니지만 국가부주석을 대표단 단장으로 파견한 것은 우선 고위급 교류 재개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최근 대외관계에서 고립된 북한 처지를 고려하고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중국식 배려이기도 하며 지난번 북한 특사 최룡해가 방중한 데 대한 답방 성격도 있다. 중국으로서는 혹시 더 고위급 인사를 보내면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는 고려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중국이 당 대 당 관계보다는 정부 명의 문건을 주고받고, 한국전쟁 때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원조한다는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기존 용어 대신 `조선 전쟁`이라는 중립적 호칭을 쓰면서 중ㆍ북 관계를 일반적인 국가 간 관계로 규범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한반도 평화 촉진 활동` 일환이라는 이번 방북에서 리 부주석은 김정은에게 북한 핵 보유는 중국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고 경고하면서 대북 제재를 계속 이행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는 중국이 아직 뚜렷한 비핵화 의지가 없는 북한에 대해 이번 방북 기회를 빌려 중국이 원하는 양국 관계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고 해서 중국이 대북 정책을 크게 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물론 중국에서도 북한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벼랑 끝 전술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에 대해 동맹 체제를 강화하거나 군사력을 증강하는 원인을 제공해 중국 국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을 포기하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북한에 불만이 있더라도 북한은 여전히 중요한 완충지대로 대미 견제 등에서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므로 "안고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이를 절충해 지나친 부담을 피하면서 양국 관계를 필요와 이익에 따라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학계와 전문가들 주장일 뿐이다. 중국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핵을 가지지 않은 북한이 자신들 영향력 아래에 있으면서 한반도 현상이 유지되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하고 남북 관계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 틀을 근본적으로 조정할 이유는 그다지 크지 않다. 다만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미국과 신형 대국 관계를, 주변국과 신형 동반자 관계를 주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이데올로기에 매달려 북한을 감싸는 것은 더 이상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는 보인다. 결국 북한이 중국 이익을 존중하면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양국 관계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하는 것이다.

한국은 한ㆍ미, 미ㆍ중, 한ㆍ중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ㆍ미ㆍ중 공조라는 틀을 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는 엄연히 다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에는 대미 견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도 중국이 한ㆍ미와 공조해 자신을 압박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중국을 계속 설득할 것이다. 중ㆍ미관계나 북ㆍ중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파악하고 전망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수적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가 중심이 돼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고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美 UC 버클리 교환교수]

 기사의 0번째 이미지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