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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11 | 조회수 : 567

제목 : 《9.9》[글로벌포커스]중국 엘리트 정치의 역설─ 매일경제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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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뜨겁게 달궜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뇌물수수, 횡령, 직권남용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이제 최종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작년 초 왕리쥔 충칭시 공안국장이 청두에 있는 미 총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하면서 불거진 이 사건은 그의 부인 구카이라이가 영국인 사업가 헤이워드 살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크게 확대됐다.

이 재판은 보시라이가 작년 3월 15일 충칭시 서기에서 해임되고, 4월 10일 당 중앙위원과 정치국원 자격을 직무정지 당한 지 1년4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이유는 지난해 중국 새 지도부의 출범을 앞두고 보시라이가 갖고 있는, 소위 좌파를 대표하는 정치적 성향으로 인해 권력투쟁적 성격이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보시라이는 마오쩌둥식 평균주의에 입각한 충칭식 발전모델(重慶模式)을 추진했고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개혁ㆍ개방의 심화를 통한 경제발전에 `공산당이 통치하는 미래 중국`의 운명을 걸고 있는 당대 지도부에게는 시대를 거스르는 접근이었고 내부 이질감을 증폭시켜 중국을 새로운 위기로 빠뜨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심리가 진행되었다. 우선 공산당 정부는 보시라이 사건을 부정부패 사건으로 귀결하면서 새 지도부가 강조하는 부패 척결의 표본으로 삼고자 하는 의도 때문에 공개재판을 통해 고위관료도 과감하게 처벌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파리도 잡지만 호랑이도 잡는다는 부패 척결 의지를 천명하면서 권력투쟁적 성격보다는 법치를 통한 공정사회 구축을 강조했다. 보시라이 역시 자신을 지지하는 좌파 세력을 의식하면서도 문제의 핵심을 자신의 부인을 둘러싼 치정 사건으로 국한시키면서 뇌물수수나 횡령, 권력 남용 혐의는 단호하게 부인하였다. 이번 재판이 당과 보시라이가 정치 색채를 지우는 타협으로 형량을 조절하는 형식적인 재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표면적으로 당은 당대로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14억 중국인들에게 강조하면서 더 이상 보시라이 같은 `특수한 당원`이 중국에 존재할 수 없음을 천명하고 반(反)부패의 제도화를 통해 국정을 주도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보시라이 역시 자신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함으로써 자신이 추구하는 발전모델의 효용성에 대한 손상을 피한 채 적지 않은 지지층을 규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보시라이에 대한 호감도가 오히려 상승한 점은 보시라이를 승자로 보일 수도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당과 보시라이를 모두 패자로 만들었다. 당은 핵심 최고위 정치 엘리트의 사치와 부패 그리고 부정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엘리트 정치의 합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보시라이 역시 최고위 정치 엘리트 계층의 특권을 거리낌 없이 행사해 자신과 같은 `특수한 개인`이 매우 많을 수 있음을 드러냈다. 중국 국민이 느끼는 좌절감과 자괴감은 공산당이 부정부패 척결 운동의 확대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를 무색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중국은 소수의 정치 엘리트가 정치ㆍ행정 과정의 심장부에 위치해 통치 권력을 행사하는 과두체제로 운영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205명의 공산당 중앙위원을 기반으로 한 25명의 정치국원, 그리고 여기서 선출된 7명의 상무위원으로 구성된 이 시스템은 별다른 견제 없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세계적 지도국을 꿈꾸는 중국이 과연 제도적 성찰이나 보완 없이 반부패 운동이나 자기 절제만으로 국가 사회적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이번 재판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ㆍ美UC 버클리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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