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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1.18 | 조회수 : 428

제목 : 《11.15》[오피니언] 中 미지근한 개혁, 한국에 惡材 아니다 - 문화일보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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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렬/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장·중국학

 

 

시진핑 시대 중국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 해서 관심을 끌었던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가 끝난 뒤 중국 증시는 급락했다. 2개월여 만에 상하이종합지수는 2100선 아래로 내려섰다. 13일에는 중국 동향에 숨죽이던 국내 증시도 덩달아 충격을 받았다. 민감한 것이 증시이고 보면 중국의 이번 3중전회의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공식 발표문에서 전면적 개혁 심화를 강조했지만 정작 핵심인 국유기업 및 금융, 토지 소유제도 개혁이나 정치 개혁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제시하지 못했다. 또 시장경제를 발전시킨다면서도 진부한 사회주의 초급단계론과 공유제 중심의 경제 체제를 제시해 인식의 한계를 보였다. 야박한 평가를 예상해선지 ‘전면적 개혁심화 영도소조’라는 일종의 개혁 설계팀을 꾸려 2020년까지 개혁을 완수한다는 미봉책으로 에둘러 갔다. 반면, 초강력 권력기구로 작동할 ‘국가안전위원회’를 신설해 국내정치와 대외 안보전략을 총괄하겠다는 강경한 속내를 드러냈다.

증시 반응과는 달리, 미지근한 시진핑 정부의 대안 제시가 한국 경제에 반드시 악재(惡材)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국유 경제의 주도적 역할, 도농(都農) 경제의 결합과 도시화 정책을 강조한 것은 중국 정부 주도의 투자에 의한 고성장 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 경우 중국 경제의 체질을 바꿀 금융 개혁은 지연될 것이고, 오히려 현재의 자금흐름이 유지될 것이기에 역설적이게도 급격한 경기위축 걱정을 덜어준다.

또 세계 금융위기 이후 내수 진작을 강조해왔던 정책 기조가 내륙경제 개방과 자유무역구 개발, 외자(外資)의 중국 시장 진입 확대정책 등으로 다시 균형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중국 정부는 기존의 경제 체제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면서 성장활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출범한 지 만 1년이 된 시진핑-리커창 정부는 변혁보다 성장을 택했다. 3중전회의 이후 중국 경제와 관련해 한국 기업의 활동 공간이 오히려 더 넓어진 것이다.

그러나 유의할 점 역시 눈에 띈다. 새로 설립되는 국가안전위원회는 주로 안보와 정치 영역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대외 경제관계에 있어서도 국가 안전상의 이유로 중국 정부가 예기치 않게 개입할 수 있는 장치다. 향후 국내외 정세를 감안한 중국 지도부의 정책 노선 조율 방향에 따라 그러잖아도 불투명한 중국의 각종 법규 및 제도가 급변함으로써 ‘중국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국내외 경제 간의 자유로운 생산요소 이동과 내륙경제의 개방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현재 추진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질적 효과는 중국 경제 체제의 변화 양상에 따라 그 득실의 계산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정치 개혁 행보가 중요하다. 추상적 수준에 그친 이번 3중전회의 결정만으로는 중국이 직면한 빈부(貧富) 격차나 도농(都農) 간의 이해관계 상충, 그리고 사회적 원성을 사고 있는 기득권층의 발호를 제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 역사를 되돌아보면 심각한 경제 충격은 주로 정치 불안정에서 왔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사태 전후 경제성장률이 11%로부터 3%대로 곤두박질친 것이 그 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 지도부가 기득 세력의 비호를 권력 안정의 축으로 삼아 변화를 주저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중국 사회와 정치의 불가측성이 경제성장을 가로막을 수밖에 없다.

이제 중국은 적극적인 정치 변화를 통한 경제와 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꾀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은 여전히 유효한 중국의 경제적 기회 공간은 최대한 활용하되, 중국 정치의 거대한 황사가 어디로 향하는지 예의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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