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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6.30 | 조회수 : 410

제목 : 《6.30》[오피니언] 韓美中 ‘한반도 新협력’틀 만들어야 - 문화일보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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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렬/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중국학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3일 서울에 온다. 한·중 양국 간에 큰 문제는 없다. 중국인이 좋아할 덕목을 골고루 갖춘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이 과거 중국 정부의 맹목적인 북한 비호에 싫증난 중국 내 여론에 신선함을 줄 수도 있다. 박정부에도 그동안의 이런저런 일로 인해 떨어진 지지도를 만회할 수 있는 외교적 호재다. 시진핑 집권 후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지로 선택했다는 점이 부각되는 이유다.

그런데 시 주석의 방한(訪韓)을 외교 잔치로 볼 수 없는 것이 현재의 한반도 정세다. 시진핑의 중국은 전임 지도부 때와 다르다. 쌍두마차처럼 국가주석과 국무원 총리로 분산됐던 통치 권력을 시 주석 1인에게 집중시키고 있다. 기존 정부 기능을 넘어선 새 조직 출범을 통해 경제 개혁과 국가 안전, 그리고 전통적으로 총리가 다루던 일상 경제정책조차도 모두 시 주석 몫이 됐다. 이는 그가 카리스마를 갖춰서라기보다 중국 지도부에 형성된 집단적 기득권 보호 분위기 때문이다. 현상 유지 기조의 내치에 더해 미국과의 ‘신형 대국 관계론’은 ‘중국의 꿈’ 실현을 위한 중국의 외교 틀이다. G2로 부상한 중국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세계 질서를 양분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4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일본과 한국, 그리고 말레이시아 필리핀으로 이어진 ‘동맹 강화’ 행보에 이은 미국의 대중(對中) 외교 공세는 중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관련 오바마의 일본 옹호 발언과 필리핀 군사기지 사용권 확대 협정 서명, 남중국해 불안 요인으로 미국이 중국을 지목한 점에 중국은 흥분했다. 또 미국은 주한미군 주도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의 한국 배치를 검토하고, 5월에는 사이버 해킹을 이유로 현역 중국군 인사 5명을 기소했다. 한마디로 미국은 중국과 세계 질서를 양분할 의향이 없는 것이다.

시 주석은 부주석 시절이던 2010년 10월 중국군의 6·25 전쟁 참전 60주년 좌담회에서 “위대한 항미원조 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고…위대한 승리”라고 언급했다. 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이번 한국 방문은 내부의 권력 집중과 개혁 지연에 따른 고착 이미지 불식, 미국에 대한 전략적 대응,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염두에 둔 계산된 행보다. 한국에 ‘북한 4차 핵실험 반대’와 남북한의 ‘자주 평화통일 지지’ 등의 명분을 주는 대신,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로의 양국 관계 격상, 일본 우경화에 한·중 공동 보조, 6자회담 재개 노력과 한·미 군사협력 완화 등을 반대급부로 희망할 공산이 크다.

경제 영역에서 중국의 ‘한국 끌어안기’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농산물 영역에 대한 양보와 조기 타결 추진으로 나타날 수 있다. 중국은 아세안 및 대만과의 FTA에서 농산물 영역을 ‘선물’로 준 선례가 있다. 중국이 농산물로 생색낼 경우, 정부는 ‘성과’ 자찬보다는 한·중 FTA 후 우리 중소기업이 보게 될 피해와 중국 내 한국 기업의 경영 환경 개선, 한국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산 문제를 더 고민해야 한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내륙개발 및 전략산업 육성 정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 확보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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