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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1.04 | 조회수 : 173

제목 : [기고] ②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렛대를 통해 러시아를 자극하는 데에는 다양한 수준의 전략적 의도가 있습니다. 글쓴이 : 러시아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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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미국, 우크라이나 사태로 뭘 노리나
유럽의 안보위기 고조시켜 나토 응집력 강화
자율성 강화해온 독·프도 동맹 틀에 손발 묶어
美 세계지배 원천 군산복합체 이익에도 부합
러시아∼독일 연결 노드스트림2도 저지 노려
분쟁시 러 제재로 유럽 에너지시장 영향 확대

미·러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예비군인 국토방위군(TDF) 병사들이 크리스마스인 지난달 25일 수도 키예프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키예프=AFP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고리로 러시아와의 대립을 격화시키는 것은 적대적 공존의 성격을 가집니다. 유럽의 안보 위기를 고조시켜 나토(NTA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응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교안보 면에서 자율성을 강화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습니다. 또 산업경제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추진함으로써 러시아의 군사적 저항을 유도해 거꾸로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유럽 가스시장에 대한 러시아의 점유율을 낮춰 미국의 천연가스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도 제공할 수 있죠. ”


러시아 및 한·러 관계 전문가인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독립국가연합)학과 주임교수는 3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 대립의 적대적 공존 성격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상호의존적인 미·중 경제구조와 달리 동조화 수준이 낮은 미·러 경제구조 탓에 대러 봉쇄가 미국 경제에 주는 타격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 우크라이나 단층선과 미·러의 패권투쟁

-우크라이나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하냐.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형성된 군사안보적 불연속선은 미·러 사이의 격렬한 투쟁의 산물이다.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나토를 앞세워 동쪽을 향해 힘의 진공 벨트를 흡수하려고 하고, 러시아는 전통적 세력권을 보전하고 통제권을 강화하려고 한다. 이 투쟁의 동인(動因)은 일차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미·러 양국 모두에게 결코 포기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지정학적 경혈(經穴)에 해당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유라시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세력권으로 편입시켜야 할 핵심 공략 대상인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포섭은 어떤 의미인가.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에 우크라이나의 포섭은 러시아의 제국적 부활을 억제하면서 나토 세력권 확대를 보장해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에너지 자원의 보고(寶庫) 카스피해 연안 지역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해준다. 역(逆)으로 러시아의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의 친서구화 방지와 중립화 나아가 슬라브 공동체로의 유인은 나토의 동진팽창을 차단하는 방역선이자 중·동부 유럽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장의 징검다리이며, 흑해와 CIS 지역에 대한 헤게모니 장악의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다. 크렘린에 우크라이나는 위대한 강대국 러시아 재건의 중요한 초석(礎石)이다.


우크라이나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 미·러의 우크라이나 갈등은 적대적 공존 성격

-미·러의 우크라이나 갈등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 갑자기 격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 등장 이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의 갈등이 대립을 넘어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정치적 현실주의 배경이 있다. 요지는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고전적인 지정학적 가치 이외에 미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 주요 행위자들 사이에 작동되고 있는 세력상관관계와 미·러의 치밀한 이해득실이 대립을 고조시키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지정학적 구도에서 갈등의 증폭을 통해 백악관과 크렘린이 각기 얻고자 하는 노림수가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우크라이나에서 미·러의 첨예한 대립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연출된 적대적 공존 성격을 지닌다.”

-미·러 대립이 의도적으로 연출된 적대적 공존 성격이라고?

“우크라이나가 국가적 차원에서 나토 가입을 주장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얘기다. 2004년 오렌지 혁명과 함께 출범한 친서방 빅토르 유시첸코 정부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지난 17년 동안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과 나토 가입을 줄곧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서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왜 미국은 이 시점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적극 서두르면서 러시아를 자극하는가? 좀 더 정확히 말해 트럼프 집권기 때와는 달리 바이든 시대에 접어들어 미국이 러시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모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대로 러시아는 과거와는 달리 고강도 군사력의 시위와 더불어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는 에너지 무기화 카드까지 흔들며 공세적으로 반응하는가? 향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부, 미·러 간의 협상 타결 가능성, 타협의 수준 및 범위를 객관적으로 전망하기 위해서는 현시점에서 미·러가 갈등의 분출을 통해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적 이익을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미국에 국경을 맞댄 캐나다, 멕시코에 무기를 갖다 두면 미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라며 격앙된 어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압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 미국 대선을 둘러싼 민주당과 푸틴의 악연

-미국이 러시아를 자극하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미국이 러시아의 급소를 찌르려는 이유는 다양한 수준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호시탐탐 지정학적 고토회복을 노리는 크렘린의 제국적 야망을 차단하기 위함일 것이다. 인권 침해, 정적 살해, 언론 탄압 등 민주주의를 훼손하면서 20년 이상 장기집권을 계속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식 권위주의체제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미국 민주당 정부와 푸틴 사이의 악연도 한몫하고 있다. 푸틴은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는 적의를 드러낸 반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선호와 지지를 보냈다. 푸틴은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힐러리 후보를 낙선시키려고 러시아 정보기관(FSB)을 총동원해 조직적인 선거개입을 자행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민주당 바이든 신정부가 푸틴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분노의 트라우마를 소환해 보복적 차원에서 대러 강경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제국적 야망의 분쇄와 푸틴 정부에 대한 구원(舊怨)이 이번 갈등의 주된 이유인가.

“바이든의 미국이 대러 봉쇄정책을 강화하는 이유는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 이면에는 국익 욕망이 추동하는 압도적 패권 유지라는 워싱턴의 다차원적이고 고차원적인 전략적 포석도 숨겨져 있다고 본다. 우선 트럼프 집권기 약화한 나토의 결집력 복구와 EU에 대한 통제권 강화를 지적할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기치 아래 안보와 동맹의 중요성을 간과했고 전후 워싱턴이 구축한 국제질서와 제도를 경시함으로써 미국의 지도력과 기득권에 지대한 손상을 입혔다. 트럼프의 신고립주의적 외교 행태로 인해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에 금이 간 게 사실이다. 동맹관계에서 가치와 이념은 퇴색하고 돈이 강조되면서 미국의 글로벌 동맹 네트워크는 점차 각자도생의 방향으로 분열되어 갔다. 유럽에서 나토의 결속력은 느슨해졌고 EU와의 관계도 냉각되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가 이끄는 유럽연합은 주요 국제적 이슈에서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늘어났으며, 나아가 미국 주도의 나토와는 별도로 유럽 합동개입군 창설을 모색하면서 독자적 안보노선을 공식화했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독립국가연합)학과 주임교수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강연하고 있다. 홍완석 교수 제공


◆ 안보위협 고조해 독·프 손발 묶고 영향력 확대

-미국 입장에서는 나토에서의 지도력 회복과 EU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할 시점이었던 듯하다.

“나토의 응집력을 다시 공고히 하고, 동시에 미국의 지도력에서 벗어나려는 EU를 통제하기 위해선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데, 역내에 안보적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핵우산과 안보 울타리를 제공하고 있는 대서양 국가 미국에 유럽이 절대 의존하도록 적의 원형을 인위적으로 창출해 공포를 조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워싱턴에 고분고분하지 않고 사사건건 대드는, 바이든 민주당 정부에게는 민주주의 파괴와 국제질서의 교란국으로 미운털이 박힌, 게다가 전통적으로 서구사회에서 잠재적 안보위협 세력으로 간주되는 러시아가 ‘딱’이고 금상첨화다. 그래서 푸틴의 악마화 또는 러시아 위협론 프레임은 미국과 오커스(AUKUS·호주 영국 미국)로 표현되는 앵글로색슨 계열의 해양세력 패권연합국가엔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의 위협이 과장됐다는 말인가.

“워싱턴의 전략가들에게 러시아가 안보적 발톱을 세우면 세울수록 그것에 비례해 유럽에서 미국의 지도력과 위상이 높아지는 그런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러시아를 주적화하여 미국 의존적 안보구조를 항구화하는 것이다. 전면전을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수준 러시아와 제한적 무력충돌 내지는 군사적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럽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해주고 전략적 수익을 크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발원하는 항시적인 안보적 긴장구조는 나토의 결집력을 강화해줄 뿐 아니라, 유럽연합의 독자적 행보에도 제한을 가할 수 있다. 특히 대러 정치외교 및 경제관계에서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러시아 때리기의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가 유럽 길들이기라는 점에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에 가깝다.”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시리즈를 만드는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사의 홈페이지.


◆ 미국 군수산업에 활로 제공

-정치군사적 이유 외에 다른 목적도 있을까.

“유럽에서 안보위기의 항상성(恒常性)은 전쟁 수요를 먹고 사는 미국 경제의 거대한 불가사리, 군산복합체의 이익에도 크게 부합한다. 주지하듯 군산복합체는 미국의 세계지배력의 원천이다. 과거 소련을 주적으로 상정했던 냉전체제는 끊임없는 전쟁준비를 강요했고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이런 냉전체제에 기생하면서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 냉전 기간 중 군산복합체는 소련 악마 만들기를 통해 전쟁의 이데올로기화에 열중이었는데, 이제 러시아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종합하면 미국 패권 유지 차원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계속 러시아의 아픈 곳을 건드리면서 크렘린의 군사적 저항을 유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러시아의 급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이유다.”


러시아 우스트-루가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 북동부 그라이프스발트를 연결하는 1200㎞의 노드스트림2 가스관. 러시아 국영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Gazprom)사 홈페이지


◆ 유럽 에너지 시장의 미국 영향력 확대

-미러 대립으로 유럽의 에너지시장도 출렁거린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러 고립화 전략은 에너지 패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바마 정부 이래 방대한 에너지 채굴이 가능해지고 더욱이 셰일혁명에 성공하면서 미국이 에너지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탈바꿈했다. 최근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물량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면서 이제 세계 에너지시장의 주도권을 가진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미·러 사이에 세계 천연가스 소비시장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데, 주 무대는 에너지 먹는 하마들이 몰려 있는 유럽과 동북아다.

현재 미국은 대러 신제재법(CAATSA)을 내세워 이미 완공해 개통을 앞둔 노드스트림(Nord Stream)2 가스관(러시아- 발트해-독일)의 가동을 저지하려 하는데, 여기에 러시아는 물론이고 독일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이 신규 배관천연가스(PNG) 노선이 가동되면 EU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어 유럽 안보에 위협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NATO 동맹국들에 노드스트림2 사업 철회를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은 노드스트림2에 고강도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적 충돌 확대는 서구의 대러 제재를 양적으로 질적으로 심화시킬 것이다. 워싱턴이 새로운 국부 창출과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해 에너지수출 전략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상황은 러시아의 유럽 가스시장 점유율을 낮추고 미국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 유익한 환경을 제공해준다. 그래서 미국의 대러 압박 이면에는 자국산 천연가스의 유럽 공급 확대 의도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약 70%를 수입하는데, 이 가운데 약 40%가 러시아산이다. 노드스트림2가 작동되면 유럽이 저렴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늘릴 것이고 미국산은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이 러시아를 자극해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백악관이 국내 정치적 난관의 돌파구를 외교·안보 현안에서 찾았던 선례에 비추어 볼 때,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일종의 국면전환용 승부수의 하나로 러시아에 대한 공격적 현실주의 정책에 일정수준 동력을 제공한다.”


세계최대 가스 생산국으로 유럽연합(EU) 가스 수요의 40% 정도를 공급하는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지난달 21일부터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중단해 유럽에 에너지 위기가 고조하고 있다. 사진은 2006년 12월 벨라루스 민스크 서남방의 야말-유럽 가스관 가스압축소. 민스크=로이터연합뉴스

◆ 미·러 경제의 디커플링

-러시아를 압박하면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이 있지 않나.

“워싱턴이 강도 높은 대러 제재를 가하면서 모스크바를 거칠게 몰아세울 수 있는 배경은 상호 호혜적이고 의존적 경제구조인 미·중 관계에서와는 달리 미·러 간에는 경제적으로 동조화의 수준, 즉 커플링 수준이 매우 낮아서 그렇다. 말하자면 미·러 경제의 디커플링 때문에 워싱턴이 모스크바를 때려도 별로 손해 볼 것이 없다. 세계화 시대에 이미 미국과 중국은 서로 자유로운 투자와 통상을 통해 양국 경제가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히 교직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중국 죽이기는 결국 자충수가 되어 미국이 죽게 되는 그런 구조로 되어 있다. 미국이 중국에 경제 제재를 쉽게 가할 수 없는 이유다. 반면 과거 냉전 시대에도 그랬지만, 오늘날 미·러 관계는 커플링이 되어 있지 않아 대러 봉쇄가 미국 경제에 주는 타격이 미미하다.”

◆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학과 주임교수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어과 ▲동 대학원 동구지역연구과 석사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학교(MGIMO) 정치학박사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장 및 러시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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