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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2.05 | 조회수 : 327

제목 : 《2.4》[글로벌포커스] 한·중 관계, 전략적 思惟 필요하다 ─ 매일경제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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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새 지도부가 시진핑 총서기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제관을 드러냈다. 지난달 28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3차 집단학습회를 열고 새로운 대외관계 방향을 천명했다. 시진핑 총서기가 주재한 이번 회의는 지난 16차 당대회를 통해 후진타오 체제가 출범한 이후 9년 만에 신지도부 대외 전략관을 제시한 집단학습이었다.

특히 이번 학습은 양제츠 외교부장,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천더밍 상무부장 등 일선에서 중국 정부와 당에서 외교와 대외경제 무역을 담당하는 핵심 인사의 강의 보고로 진행돼 과거 전문가ㆍ학자들이 참여하는 강의 보고와는 그 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집단학습의 주요 내용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핵심 문제로 중ㆍ일 간 댜오위다오(釣漁島) 문제, 난사군도 문제 그리고 북한 핵실험, 중ㆍ미 간 무역 분규 등 첨예한 문제들이 논의되었을 것이다.

최근 중국 지도부는 자국의 부상을 둘러싸고 주변 환경이 복잡해지고 외교적 압박도 커지는 상황을 인식하고 어떻게 이 현실을 돌파할 것인지 부심해 왔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시진핑은 이번 학습에서 중국은 평화발전의 길을 걸을 것이며 `전략적 사유(戰略思惟)` 강화와 확고한 `전략적 의지(戰略定力)`를 강조했다고 한다. 평화발전의 길을 추구한다는 의미는 평화발전의 실천자이며 공동 발전의 추동자로, 또 다자무역 수호자이면서 세계 경제 관리의 참여자로 그 소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 사유와 확고한 전략적 의지의 강조는 다른 의미가 있다. 핵심은 중국은 절대로 자국의 정당한 권익이나 핵심 이익을 가지고 다른 나라와 협상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며, 물론 중국도 타국 이익을 희생시키지 않겠지만 다른 국가도 중국이 국가 주권이나 안보, 발전 이익 등 손해를 감수할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데 있다.

결국 중국은 내부적 안정과 대외적 강대국화를 추구하기 위해 중국적 방식과 기준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중국이 새로운 전략적 인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특사단이 중국 방문을 성공리에 마쳤다. 일단 표면적으로 양국은 새로운 시대에 양자 관계를 위한 첫 단추는 잘 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시작일 뿐이다. 그동안 양국은 양자 외교에서 최고 단계라 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Strategic Cooperative Partnership)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양자 관계를 넘어선 다양한 의제로 구체적인 내용을 채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는 당연히 북한 요인과 한ㆍ미 동맹 대(對) 한ㆍ중 협력이라는 구조적 틀에 기인한 것이다.

중국도 전략적 사유와 의지에 따라 한국 관계를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이전보다 분명히 커졌다. 그렇다고 갑자기 기존 틀을 획기적으로 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최근 중국 신지도부 모습은 박 당선인에 대한 개인적 호감도 있지만 한국의 친미 성향을 일부 완충시키는 의미에서 이루어지는 전략적 사유일 수도 있다. 미국 동맹 체제에 대한 견제가 근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도 한ㆍ중 관계에 대한 전략적 사유가 필요하다. 대미 편중 외교에 대한 반작용으로 기대가 갑자기 커진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실망만 커질 수 있다.차근차근 협력을 구체화해 파트너로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주도 교류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불필요한 오해가 야기되지 않도록 민간 교류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국가의 격과 존엄은 스스로 구축하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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