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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2.22 | 조회수 : 421

제목 : 《2.22》[오피니언]북핵 실험후의 중국 ─ 이데일리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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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한국외대교수/ 중국정치경제학)

북한이 세계 각국의 우려를 무시하고 지하 핵실험을 감행한지 열흘이 지났다. 바로 다음날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를 긴급 소집해 대 북한 언론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제재 분위기로 들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북 제재 조치는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연내 핵실험을 한 두 차례 더 실시하겠다는 등 큰소리를 치고 있다. 지난 2006년 10월의 1차, 2009년 5월의 2차 핵실험 이후 분위기와 사뭇 다른 형국이다.

북한이 최대 후견국인 중국의 만류도 뿌리치고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국제사회에 이미 20여 년 간 공을 들여온 핵 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요즘은 핵 개발이 ‘북미간의 핵 문제’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군사 공격이 중국과 러시아가 있는 한 쉽지 않다는 점, 주변 환경의 안정을 갈구하는 중국의 태도 그리고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한국의 생각을 교묘하게 이용해 핵보유국의 위상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한 이를 통해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지도체제를 더욱 굳건히 할 계획이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중국 정부에 공개적으로 저항하는 행동이며, 북한이 안보를 베이징의 손에 맡기지 않고 독자적으로 핵 억지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소규모이지만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는 이례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일부 중국인들은 말로만 북핵 개발을 저지한다면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참여를 거부하거나 반대한 것이 결국 3차 핵실험까지 이어졌다며 원칙도 마지노선도 없는 중국의 대북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결국 중국이 말 뿐인 반대와 경고로 일관해 북한의 버릇을 잘못 들였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태도는 과거와 다를 바가 없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성명도 과거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 이후 발표 내용과 다를 게 없다. 이번 성명도 중국은 핵실험에 결연하게 반대하며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북한이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녹음기’를 틀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난 두 번의 성명에서 언급됐던 ‘중국 측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문구가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오랜 동안 노력했는데 3차 핵실험이 강행됐고 연내에 또 핵실험을 한다고 하니 이 문구를 넣기가 겸연쩍었을 것이다.

사실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국제 사회 움직임과 관계없이 북한을 제재할 수 있다. 북한 에너지의 90%, 일상용품의 80% 그리고 45%가 넘는 식품이 중국으로부터 북한으로 넘어가고 있다. 또한 북한의 불법 외화 세탁도 70%가 중국계 은행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이 카드를 쓰지 않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전략적 완충지라는 구시대적 믿음이 여전하며 북한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경우 한반도 정세 악화가 반복되고 최악의 경우 북한 정권에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동북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늘 북핵에 대한 반대가 북한이라는 국가에 대한 반대가 아니며 중국마저 북한을 버리면 북한은 더욱 통제가 불가능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궁핍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

남북관계의 당사자인 한국의 새 정부도 북한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하고 있으며 미국도 현행 대북정책이 북한에게 ‘전략적 무시(Strategic Neglect)’로 비춰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신들의 과거지향적인 전략적 고려가 현재 한반도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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