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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3.15 | 조회수 : 423

제목 : 《3.15》[오피니언]시진핑 중국의 변화와 한·중 관계 ─ 문화일보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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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렬/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장·중국학

14일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이 드디어 국가주석직에 올랐다. 당·정·군(黨政軍)을 아우르는 중국 최고의 권력으로 등극한 것이다. 전임자인 후진타오가 2002년 가을 당 총서기에 오른 후 2004년까지 순차적으로 국가주석직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장쩌민으로부터 승계했던 것과는 다른 신속한 행보다. 시진핑은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조기에 확보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힘이 중국 국내 정치 안정에는 기여할지언정 본격적인 정치·경제 개혁으로 연결될 것 같지는 않다.

시진핑이 지난해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한 후 이번에 국가주석직에 오르기까지 연출했던 정치·경제 개혁의 서막은 기대에 못 미친다. 12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식에서 위정성 정협 주석은 중국이 가야 할 길이 서구식 민주주의가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원자바오 국무원총리가 재임 중 거듭 필요성을 강조했던 정치개혁은 없을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또 근본적 경제개혁 대신 중국은 정부조직 통·폐합을 통해 일부 부처의 힘을 키우고, 산업 구조를 개편해 10여 개의 대규모 기업집단이 중국 경제를 이끌어가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습 권력과 부(富)를 가진 이른바 ‘태자당(太子黨)’ 인사들이 대거 기용된 시진핑 시대에 이와 같은 행정 및 산업 권력의 집중 속에서 반부패 캠페인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진핑이 강조해 온 ‘중국의 위대한 부흥’에 대한 꿈은 사회 발전의 소프트웨어 영역이 아니라 군사력을 포함한 하드웨어 쪽에 치우쳤다는 느낌이다.

대외정책 행보 역시 우려를 자아낸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중국 학계나 일반인의 반감에도 불구하고, ‘이해 당사자의 자제와 대화를 통한 해결 모색’이라는 중국 외교부의 공식적인 반응과 대북(對北) 정책 기조에는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 제2094호에 동참한 것은 미국과의 관계와 국제사회의 눈초리를 의식한 제스처에 그칠 공산이 크다. 리바오둥 주(駐)유엔 중국 대사가 안보리 결의 직후 “북한이 결의안 내용을 이행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보다는 북한이 ‘6자회담 재개 등 국제사회와 대화’에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 유력 인사들의 잇단 북핵(北核) 반대 의사 표명도 북한 길들이기를 위해 계산된 행보이며, 실질적 의미는 없다.

새로운 한·중 관계에 대한 기대를 안고 출범한 박근혜 정부와 ‘시진핑의 중국’이 진정한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한·중 새 국가 수반이 각각 미국과 러시아를 주요국 중 첫 방문 대상으로 결정한 것은 전략적 선택의 상징적 표현이다. 북핵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국의 태평양 세기’를 견제하려는 중국의 속내와 ‘그래도 믿을 것은 미국’이라는 한국 정부의 정서가 접점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마냥 기다리기에 새 정부의 5년은 너무 귀중한 시간이다.

지난 20년 동안 되풀이된 북한의 벼랑끝 전술과 실효성 없는 대북 제재의 악순환 속에서 주변국들이 제각기 보따리만 챙기는 난국을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시급하다. 더욱이 시진핑 시대에 중국의 변화가 가지는 한계성을 감안할 때, 북한 체제의 불안정과 미·중의 상충하는 전략 이해관계 속에서 ‘유엔 결의’만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가장된 ‘순진’이거나 현실 도피다. 이제는 한·중·일이 한 테이블에 앉아 난마(亂麻)처럼 얽혀 있는 이해관계의 실타래를 풀고 진정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모색하기 위한 진솔한 3자 간 전략대화의 장(場)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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