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 23682617

작성일 : 13.05.01 | 조회수 : 688

제목 : 《4.15》[글로벌포커스]시진핑, 그리고 중국의 꿈─ 매일경제 기고 글쓴이 : paxsinica
첨부파일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시대와 언어 개념이 바뀐다고 한다. `국가 부강, 민족 진흥, 인민 행복`.

중국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시진핑이 강조하는 `중국의 꿈(中國夢)`이다.

근대 이후 서방 열강의 침탈에 시달리면서 빈곤과 나약의 나락에서 제도적으로 문명적으로 실패를 거듭했던 중국은 민족 진흥을 통한 `부국강병` 국가 건설이 강렬한 희망이자 꿈이다. 특히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중국 지도자들이 강조했던 다양한 정책과 구호 역시 마찬가지다.

마오쩌둥의 `삼면홍기(三面紅旗)` `4개 현대화`, 덩샤오핑의 개혁ㆍ개방을 통한 `사회주의 현대화`, 장쩌민의 `3개 대표 사상` 그리고 후진타오의 `과학발전관`과 `조화사회론` 등도 모두 지난 세기를 호령했던 `위대한 중화` 부흥을 재현하기 위해 당대 지도자들이 가졌던 중국의 꿈이었다.

새로운 지도자 시진핑도 역시 인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줘야 한다. 그러나 현대 중국 정치에서 공산당 통치라는 사회주의 틀을 벗어날 수는 없다.

시진핑 역시 당의 조정과 타협을 거쳐 선출된 지도자이기 때문에 선거를 위한 정책 대결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 더욱이 사회주의를 벗어나는 개성이나 이념을 드러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연유로 그는 얼마 전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개혁ㆍ개방 이후 역대 최고지도자들 구호를 집대성했다. 2020년까지 현 국민총생산액을 두 배 늘려 소강(小康)사회를 건설하고, 21세기 중반에는 `문명적이고 조화로운 현대화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해 위대한 중화민족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 중국의 꿈`임을 천명한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과거 중국 지도자들이 추구했던 `부국강병` 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시대적으로는 지도자들마다 봉착했던 현실이 다 달랐다. 현 시진핑 지도부 앞에 펼쳐진 현실은 더 녹록지 않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중국의 꿈을 실현할 것인지에 있다. 시진핑식 `중국몽` 해법은 작년 11월 당 총서기에 등극한 이후 그의 행보에 잘 나타난다.

그는 첫 번째 방문지로 중국 개혁ㆍ개방 요람인 선전을 택해 자신이 개혁ㆍ개방을 지속할 시장주의자임을 천명했다.

다음으로는 대표적 빈곤 지역인 허베이와 간쑤를 방문해 인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공평 사회 건설에 매진하겠다는 친민적 지도자상을 강조하였다. 군대를 방문해서는 강국 건설의 핵심은 강군(强軍)에 있음을 천명하면서 군대는 반드시 당에 충성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기존 틀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의미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방식과 주체는 다르지만 16~19세기 미국 이민사회가 빈곤과 무질서, 도덕 상실 등 암흑기를 거쳐 공정 사회를 건설하고 세계를 영도하는 국가가 된 미국, 즉 `아메리칸 드림`의 중국적 표현이기도 하다.

더불어 지난 30여 년간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권력 운용을 통해 중국의 부상을 이끈 `중국 모델`에 대한 긍정이기도 하다. 또 부상한 중국의 존재를 확실하게 인정해 달라는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일본과 영토 분쟁을 빚으면서 보인 태도나 대미 관계를 `새로운 형태의 대국관계`로 규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본다면 시진핑의 중국 발전 전략은 결국 개혁ㆍ개방 지속을 통한 경제 발전, 부정부패 척결 등 엄격한 사회 관리를 통한 공정 사회 건설이 내부적 관건이다. 대외적으로는 민족주의 역량을 과시하면서 강군 건설을 통한 군사적ㆍ외교적 역량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꿈이 공산당만의 꿈이어서는 안 된다. 대외적으로 편협한 민족주의로 표출된다면 이는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임도 알아야 할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ㆍUC버클리 교환교수]

 기사의 0번째 이미지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