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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7.26 | 조회수 : 504

제목 : 《7.1》[글로벌포커스] 한·중 외교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 매일경제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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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성공리에 마치고 귀국했다. 이번 방중은 한ㆍ중 양국의 새 지도자 간에 첫 만남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분위기 구축은 물론이고, 북핵 문제로 안보 환경이 동요하고 있던 상황에서 북한의 최대 후견국인 중국과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했다.


대통령의 이번 방중 성과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평가할 만하다. 우선, 양국 지도자가 상호 존중 분위기 속에서 정상간 신뢰 구축의 기초를 마련했다. 특히 공동선언과 함께 부속서를 채택한 것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향후 발전 방향을 규정하는 중요한 성과로 볼 수 있다.

둘째, 초미의 관심사였던 북핵 문제에 있어 북한을 직접 지칭하는 우리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못했지만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다.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공조를 확인한 점도 중요하다.

셋째, 북한 요인으로 인해 경제 관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균형적이던 `정치 안보 영역에서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한 점이다. 이 분야에 미온적이었던 중국이 고위급 안보협의체 구성에 동의한 것은 북한에 대한 상당한 압박이다.

넷째,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속도를 내고 높은 수준의 협정을 체결하기로 했으며 금융협력 강화 등 구체적 협력 방안을 마련한 것도 값진 성과다. 또 양국 간 인문 유대 강화를 위한 인문교류위원회 신설, 민족 감정을 자극하는 역사 문제 연구나 서해 불법조업 문제에 관해 협력하기로 한 것도 실질적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중국이 박 대통령을 파격적으로 예우하고 협력 체제를 강조한 것은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상승했고 시진핑 체제는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FTA 협상 가속화를 통한 경제 교류 확대는 물론 북핵에 대한 한ㆍ미 양국의 분위기를 이용해 북한을 압박하고, 역사 영토 문제로 경색된 한ㆍ일 관계에서 한국과의 공조를 도모할 측면도 존재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정부와 달리 지속적으로 대중 외교 강화를 천명하자 자신들의 전략적 부담인 한ㆍ미 동맹의 틈새 공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핵 보유가 한국의 대북 강경기조 유지 및 한ㆍ미ㆍ일 동맹 강화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자국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수동적 대응이 결국은 자국 이익에 불리하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 핵 문제는 한ㆍ중 관계 강화의 전략적 접점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국의 속내도 보였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의 명문화에 난색을 표하고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차별적으로 사용했다. 이는 북한을 고려한 것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북핵 해결 방식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진핑 체제의 신형 대국 외교체제에서 말을 잘 듣지 않는 현재 북한의 행태는 고민이지만, 북핵에 대한 반대가 북한 정권에 대한 포기와는 다르다는 중국의 전략적 사고를 보여준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동참은 시진핑식 북한 규범화의 일환이다. 이제 중국은 한ㆍ미ㆍ중 공조를 강조하면서 6자회담을 통한 대화 재개에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아울러 서해 불법조업 문제를 중국 어민과 한국 해경 간의 충돌로 보는 인식의 차이를 드러냈고, 남북 간 대화를 통한 자주적 통일을 또다시 강조해 미국 개입을 견제하는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

첫 술에 배부를 리 없다. 일차적 목표가 같다고 해서 궁극적 목적이 같은 것도 아니다. 보다 진전된 형태로 정상 간 대화가 이루어진 만큼 이제부터는 논의된 내용의 상이점을 논하기보다는 같은 목표가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밀하게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ㆍ美 UC 버클리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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