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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4.30 | 조회수 : 1289

제목 : 노르웨이 시민 4만명, 연쇄테러범에 '노래 시위' 글쓴이 : 스칸디나비아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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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형제·자매들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해요, 무지개 빛깔 작은 아이들처럼…"
77명 죽인 테러범 브레이빅 "국민 노래 '무지개의 자녀들' 다문화 찬양하는 곡" 비난
두 여성이 항의 시위 주도, SNS로 전파… 빗속에도 운집

지난해 7월 연쇄테러로 77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3·사진)의 재판이 열리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법원 앞 용스트로게 광장에 26일 어른과 어린이 4만명이 모여들었다. 비 오는 광장에 우산을 들고 선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세상 모든 형제·자매들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해요, 무지개 빛깔 작은 아이들처럼…."

연인들은 서로 어깨를 감싼 채 노래했고, 부모와 아이들은 손을 꼭 잡았다.

오슬로 시민들이 이날 합창한 노래는 미국 포크 가수 피트 시거가 1973년 발표한 '마이 레인보우 레이스'(우리 무지개 인류)의 노르웨이 번안곡 '칠드런 오브 더 레인보우'(무지개의 자녀들). 노르웨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배우고 불러 '국민 노래'가 된 곡이다. 다양한 색깔이 어울려 아름다운 무지개를 이루듯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며 평화와 사랑이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내용이다. 노래는 광장 맞은편 법정까지 울려 퍼졌다. 77명의 생명을 빼앗고도 "국가 반역자에 대한 방어 차원의 정당한 공격이었다"고 궤변을 쏟아내던 인종주의 테러범 브레이빅도 법정 피고석에서 노래를 들었다.

이날 '노래 시위'는 브레이빅이 지난 20일 법정에서 이 노래가 아이들에게 다문화주의를 세뇌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합창 모임'을 갖자고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처음 모임을 제안한 크리스틴 바르와 릴리 요네바그 등 여성 2명은 수십 명 정도 모아 브레이빅에게 노래로 항의할 생각이었다. 소식을 들은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 제안이 있은 지 나흘 만에 페이스북에서 4000여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그때만 해도 바르와 요네바그는 용스트로게 광장에 4만명이 모여들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노르웨이포스트는 전했다.

요네바그는 "어릴 때부터 이 노래를 불렀고 이 노래와 함께 어른이 됐다"면서 "우리가 이 노래에서 느낀 감정을 다시 (브레이빅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번안곡을 부른 가수 릴레뵤른 닐센은 노르웨이 번안곡과 영어 원곡으로 이날 시민들의 합창을 이끌었다. 스웨덴·덴마크·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문화부 장관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합창을 마친 시민들은 각자 들고 온 수만 송이 장미로 재판이 열리고 있는 법원청사를 장식하는 것으로 브레이빅의 테러에 항의했다.

빗속에서 평화의 노래가 울려 퍼진 같은 시각 법정 안에는 연쇄테러 생존자들의 증언을 듣는 심리가 열렸다. 브레이빅 재판을 맡은 게이르 엔게브레스텐 수석판사는 이날 노래 시위에 대해 "아름답고 감동적인 광경이다. 가슴 뭉클한 노르웨이 문화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6일부터 열린 테러 재판에서 억지 주장을 늘어놓고 있는 브레이빅은 감정 없는 표정으로 피고석에 앉아 생존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었다고 BBC는 보도했다.

201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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