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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2.19 | 조회수 : 440

제목 : [공연후기] 타협하지 않은 청춘의 신명, 넌버벌 퍼포먼스 <원> 글쓴이 :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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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8일 저녁 7시 30분.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젊고 신선한 국악 무대가 관객들을 만났다.
넌버벌 퍼포먼스 <원>은 전통 국악과 춤, 소리가 어우러진 무대로
2010 서울아트마켓 PAMS Choice로 선정된 작품이다.

올해로 6회를 맞는 서울아트마켓은
국내의 우수한 공연콘텐츠들을 해외에 알리는 공연예술 관계자들의 허브다.
2010 서울아트마켓은 총 112개의 지원작 중 연극, 무용, 음악, 복합 등 4개 장르에서
팸스 초이스 (PAMS Choice) 총 13개의 작품을 선정했다.
이 작품들은 해외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10월 11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서울아트마켓에서 국내외 공연예술관계자에게 최우선으로 선보이게 된다.

아트마켓에 선정되기 위한 기획자 이영준의 고민과 노력을
나는 운 좋게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밥 먹고, 술 마시는 자리에서
그의 화두는 언제나 <원>이었다.
때 묻지 않은 열정과 패기를 지닌 놀이꾼들과
세계무대를 누비며 공연하고 싶다던 그의 꿈은
지난 5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히 서울아트마켓 당선작으로
선정되면서 세계무대를 향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8월 28일 공연은 가을 무대를 앞두고
<원>의 무대가 처음으로 관객들 앞에 선을 보이는
특별한 시사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조명이 켜지자
푸른 옷을 입은 젊은 국악인들이
객석을 향해 나란히 선다.
저마다 한 가지씩 악기를 연주하며
관객들에게 복을 나눠주는 공연의 시작은
흥에 겨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산만하다.
아직 공연에 몰입될 준비가 되지 않은 관객을 위한
감성적 호흡이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의욕과 열정을 절제하지 못한 ‘꾼’들의
드높은 연주와 소리는 뒤이어 시작될 공연의 기대감을
다소 반감시키는 느낌을 주었다.
악기와 소리, 화음과 축원이 이야기처럼 재미나고,
바람처럼 공연장에 스며들도록 강약의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서막이 끝나고 시작된 본 무대는
프롤로그의 당황스러움과 걱정을
반감시키기에 충분했다.

무대 뒤편에 설치된 계단식 작은 무대에
악기가 놓여있다.
공연꾼들은 장고, 징, 꾕과리, 태평소, 북 등
각자의 악기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한다.
때로는 대화하듯, 때로는 홀로인 듯
끊길 듯 이어지는 박진감 있는 신명으로 공연이 진행된다.
무대 위 놀이꾼들은 눈빛과 몸짓으로 서로를 지지하면서
첫 무대에 대한 긴장감도 풀고, 조금씩 신명을 올려갔다.

무대 앞에서 장고와 북, 꾕과리와 상모 등
2인 혹은 3인이 함께 연주를 할 때면
뒤에 앉은 동료 ‘꾼’들은 반주를 하거나 추임새를 넣으며
공연의 흥을 돋운다.

<원>의 스토리는 갈라 쇼 형식이었다.
사물놀이, 승무, 굿 등의 가장 하이라이트 부분을
젊은 감각으로 각색해서 연주한다.
박사 고깔에 날아갈 듯한 흰 장삼을 걸친 춤꾼은
전통 승무의 장엄함과 젊은 공연가들의 재기발랄한 해석이 더해져
지루하지 않은 갈라 무대를 연출했다.
다소 무겁고 지루할 수 있는 연주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면서
담백하게 구성한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꾕과리, 장고, 소고, 북을 든 놀이꾼들이 차례로 나와
개인의 기량을 마음껏 펼친 장이었다.
공연꾼들의 머리 위 상모와 흰 꽃이
그들의 연주 소리와 어우러져
관객들의 재미와 흥을 돋웠다.
흰색과 푸른색이 조화를 이룬 의상도 인상적이었다.
거추장스러운 색과 디자인을 배제하고,
단순하면서 선명한 의상은 젊은 공연꾼들과 어우러져
푸르고 높은 청춘의 열정을 시각화시켰다.

아쉬운 점은,
후반부 연주는 명확한 스토리나 구성없이
계속 이어지면서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정리되지 않은 연주는 이전까지 몰입했던 감정을
흐트러뜨리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보다 완성도 있고, 절제된 구성과
명확한 스토리로 뒷부분의 각색이 마무리 되기를 기대해본다.

기획자 이영준의 말처럼,
아직 완성된 무대가 아니라는 점과
지금까지 고민했던 부분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상기해본다.
그렇다면, 이번 무대에서 느낀 점을 정직하게
적어두는 것이 VIP 초대 손님으로서의 책무라고 생각된다.

<원>의 무대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돋보였다.
세련된 기교와 치밀한 무대 연출에 힘을 쓰기보다는
문화의 원형성은 살리면서 관객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자유롭고 열린 무대였다.
연출은 직접 공연에 나선 놀이꾼, 춤꾼들 자신이었다.
물론, 그들의 연주는 아직 농익지 않았고,
무대 위에서의 긴장과 의욕을 조절하는 매너도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승무를 추다가 장삼 자락을 밟기도 하고
상모를 돌리다가 끈이 엉키기도 한다.
작은 실수와 부족함은 그들의 몸짓으로 상쇄됐다.
서로를 그물눈처럼 지켜주며 악기와 악기를
이어주는 그들이 열정은 앞으로의 발전된 무대를 기대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올 가을, 세계인 앞에서 선보이게 될 넌버벌 퍼포먼스 <원>.
젊은 타악의 신선함과 전통의 원형성을 잘 조화시켜
세계 무대에서 관객들과 소리로 소통하는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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