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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8.23 | 조회수 : 280

제목 : 《8.23》[시론] 韓·中 공영의 미래로─세계일보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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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양국이 40여년의 반목을 청산하고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한 지 20년을 맞았다. 당시 한국은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 국가로 유도하기 위한 북방정책을 추진했고,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 추진의 필요와 대만에 대한 압박을 위해 한국이 필요했다. 특히 중국과 북한 간의 특수한 관계를 생각해 보면 한·중 수교는 동북아 정치경제 지형의 새 변화를 촉발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주지하다시피 그동안 양국 관계는 경제 교류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우리도 중국의 3대 교역 파트너가 됐다. 무역액은 이미 2200억달러를 넘어섰고 하루에 2만명이 넘는 사람이 양국을 왕래한다. 양국에는 중국 열기와 한류가 교차하고 있는 등 기본적 발전 추세는 양국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왔다. 각자 7만∼8만명의 양국 젊은이가 서로 알기 위해 상대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점은 한·중 관계의 건전한 발전에 든든한 초석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외교 분야의 협력은 경제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다. 게다가 최근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갈등 요인은 성년이 된 양국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북한 요인을 안고 출발한 양국의 정치·외교·안보 분야는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인식의 괴리를 보이고 있다. 안보 분야에서 한국은 여전히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중국 측의 인식과 중국이 북한 끌어안기에 너무 치우친다는 한국 측 인식의 간극이 너무 크다. 한국측이 한·미 동맹의 복원이 한·중 관계의 약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다양한 경로를 통한 설명에도 한·미 동맹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부족하다.


물론 중국에서도 북한에 대한 부담을 떠안는 데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정책으로 연결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한국과는 경제·무역 관계에 중점을 두고 북한과는 전통적인 사회주의 유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북한의 현 정세가 한반도의 안정 유지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한 일정한 지원이 한반도 안정과 중국의 국가발전 전략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양자 관계 설정을 위해서는 이 부분에 관한 소통과 의견 교환이 시급하다.


전 세계적 불경기 속에서도 ‘나 홀로 성장’을 지속하면서 한국 경제에 활로를 열어주었던 양국의 경제 관계 역시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과도한 대중국 경제 의존도에 우려가 증폭되고 있으며 협상을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다.


수교 20주년을 지나면서 양국 환경은 많이 변했다. 중국의 부상에 따라 상대적으로 한국의 중요성은 감소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크게 활성화된 교류는 그 증가 폭만큼 다양한 갈등구조 출현의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향후 한·중 관계는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하거나 덮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양국의 의지와 해결 메커니즘의 구축이 필요하다. 상대에게 존중받으려면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정확한 주장을 설파하되 혹시 우리에게도 이러한 점은 없는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도 편협한 민족주의나 압박적 공세 외교로 가장 가까운 인접국을 곤란하게 해서는 안 된다. 모든 현상은 일방적이지 않다. 공생의 미래 한·중 관계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서 출발해야 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중국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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