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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9.20 | 조회수 : 781

제목 : 《8.27》[글로벌포커스] 한국, 대만을 잊었는가? ─매일경제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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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로 양국이 떠들썩하다. 그러나 이 이면에는 한ㆍ대만 단교 20년의 아픈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모든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투한다. 한국도 1992년 당시의 상황에 따라 중국과 국교관계를 수립했고, 중국을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하면서 오랜 우방이고 혈맹이었던 대만과 단교했다.

20년이 지난 오늘, 대만은 한국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존재가 됐다. 수교 20주년을 맞아 한ㆍ중 관계가 성숙한 관계를 향해 나아가야 하듯, 한ㆍ대만 관계도 성숙한 관계를 설정할 시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작이 정부의 의지나 정책 결정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국민들이 어떠한 현실 인식을 갖고 있느냐가 보다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대만은 일본 식민통치로부터 벗어난 후 짧은 기간 내에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이룩했으며 우리와 동일한 유교문화권으로 가치 공유 면이 넓으며, 세계적으로 뻗어나간 우리 한류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와 마주하면서도 세계 18위권의 무역 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넘는 강력한 경제력을 구축했고, 학문적으로도 중국이 죽의 장막을 치고 있었던 시절 소위 `중화문화`의 수호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상당한 학술적 경쟁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각종 국제기관의 통계를 보면 국가경쟁력이나 국민의 행복지수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는 경우도 많이 눈에 띈다.

일단 경제적인 측면에서 대만은 중요한 교역 파트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상호 교역액은 329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우리의 6대 교역파트너에 해당한다. 특히 대만에 대한 수출액은 호주 등 대양주 전체 또는 56개 아프리카 국가 전체에 대한 수출보다 많다. 또 한국을 방문하는 대만 관광객도 한 해 43만명에 달하는데 이는 일본, 중국, 미국 다음으로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만은 중화권 한류 수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한류 콘텐츠를 접속하고 있기도 하다.

대만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도 변화가 있었다. 최근 4~5년간 중국과 대만은 상당한 화해 협력 분위기를 조성했고 미국, 일본, 아세안 등은 이러한 양안 간의 화해 무드를 타고 실질관계를 개선하고 있는 중이다. 표면적으로 내세우지 않지만 고위급 관료들이 상호 방문을 통해 여러 가지 문제를 논의하는 상황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분명히 우리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지나친 대(對)중국 의식 및 대만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대만이 갖고 있는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대만과 단교했던 미국, 일본 등이 단교 이후에도 정치인, 언론인, 경제인, 학술문화계 리더들의 꾸준한 상호방문으로 대만과의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왔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교 당시의 앙금을 한 번에 털어낼 수는 없다. 그러나 2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유지했던 다양한 경제 교류와 민간 교류를 보다 실질적인 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송산~김포 간 항공기 복항에 이어 투자보장협정 체결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대만은 미수교국과 투자보장협정을 민간에서 체결하는 첫 경우가 된다.

대한민국은 정식 수교국인 중국과의 약속을 저버리면서 국가적 차원의 일을 대만과 도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만을 글로벌 경제 협력 파트너, 문화 교류 파트너로 새롭게 인식해야 할 당위성은 충분히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고민하고 실천에 옮길 때다. 대만도한국의 국익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ㆍ중국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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