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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1.10 | 조회수 : 348

제목 : 《1.7》[글로벌포커스] 새 정부가 그려야 할 한·중관계 ─ 매일경제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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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교 2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낸 한ㆍ중 양국이 2013년 새해 벽두부터 바쁘다.

중국은 작년 11월 18차 공산당 대표대회를 통해 시진핑 총서기를 중심으로 한 제5세대 지도부를 구성했고, 한국에서는 치열한 민주 선거를 통해 2월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이러한 가운데 장즈쥔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수석 차관)이 정부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일단 특사가 방한하는 목적은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당선 축하와 함께 동아시아 지역 정세 변화에 대처하는 한ㆍ중 공조 강화 등 전반적인 협력 분위기 조성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한ㆍ중 간에는 북한 요인과 함께 한ㆍ미동맹과 한ㆍ중 협력 사이에 미묘한 이중구조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핵 개발은 물론 미사일 실험까지 계속하면서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것도 한ㆍ중 외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한ㆍ중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최고의 `윈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이미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며 우리도 중국의 3대 무역 파트너로 매우 중요한 관계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ㆍ외교적으로는 `전략적 협력동반자`라는 외교상 최고 수식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내용 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 이제 양국은 박근혜 당선인 말대로 전략적 협력동반자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수준을 높이는 것이 단순히 수식어를 동원해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다.

이 점에서 현재 양국에 필요한 것은 어떻게 신뢰의 틀을 구축할 것이냐다. 특히 중국은 지난 정부 때 한ㆍ미동맹 복원, 가치동맹 강조 그리고 강경한 대북 정책 등이 자신들에 대한 궁극적 압박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도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지나치게 전략적으로 판단하면서 지난 수십 년간 북한 도발을 감내해온 한국 정부 입장을 벗어나 과도하게 북한을 옹호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ㆍ중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수준을 제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중국이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 역대 어느 한국 대통령보다 중국을 잘 안다는 점, 역경을 극복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에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박근혜 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미 편중 외교와 대북 강경 기조가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미국도 관심이 많다. 한ㆍ미동맹의 굳건한 유지라는 차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한ㆍ중 관계 중시나 대북 정책 조정 등에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ㆍ중 관계는 자타가 공인하는 양자 외교 성공 사례다. 그러나 한국-미국-중국-북한이라는 복잡한 구조적인 문제 외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탈북자, 서해 불법 조업 문제 등은 양국의 노력과 시간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고구려사나 발해사 같은 역사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일본 역사 왜곡이 갖는 폐해를 알고 있다면 중국도 더 이상 다른 국가와 민족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자극해서는 안 된다. 치유가 안 되기 때문이다.

양자 관계가 아무리 밀접해도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오히려 가까워질수록 문제가 더 많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문제 발생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이를 풀 수 있는 틀이 없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원칙이 바로 서야 신뢰가 싹트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 트레이드마크가 원칙과 신뢰라고 한다. 원칙 있는 외교가 한ㆍ중 간에 새로운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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