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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1.02 | 조회수 : 99

제목 : ‎<사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의 결과, 요르단 존립 위기 불러와 (2024.1.2)‎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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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직후부터 7주가 지난 지금까지, 요르단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난하는 극단적인 입장을 취했다. 압둘라 국왕과 아이만 사파디(Ayman Safadi) 외교부 장관은 이스라엘이 저지른 다수의 전쟁 범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서방에는 국제법을 언제, 어떻게 적용할지 선택적으로 판단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전쟁이 격해지자 요르단은 수력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수자원 거래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심지어는 30년 넘게 지켜온 요르단-이스라엘 평화 협정이 먼지 쌓인 종이 한 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이스라엘에 강수를 두었다.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은 전쟁이 통제를 벗어나거나 역내 분쟁으로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왕뿐만 아니라 정치적 역할이 없는 라니아 왕비도 또한 가자 시민들이 겪고 있는, 특히 아이들이 겪고 있는 비극적인 재앙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압둘라 국왕은 수많은 유럽 국가의 수도를 방문하며 정상들에게 즉각적인 휴전을 지지해달라 촉구했다.

그는 또한 가자 난민의 요르단 강제 이주는 넘지 말아야 마지노선으로 여겨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비셰르 카사우네(Bisher Khasawneh) 총리도 이에 대해 요르단강 서안 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의 강제 이주는 선전 포고나 다름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어조는 벤야민 네타냐후(Beny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 아래에서 지난 10년 동안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을 때도 사용된 적이 없었던 표현이었다.

요르단은 이스라엘에 있는 자국 대사를 귀국시켰으며, 전쟁에 공모한 것으로 생각되는 미국에 대해서도 수많은 요르단 국민들의 공개적인 저항을 허락했다.

궁지에 몰린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제외하면, 최종적으로 요르단이 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다. 요르단 당국은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뿌리 뽑거나 10월 7일 공격에 보복이 아니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판도를 바꾸고자 전쟁에 임했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이 얼마나 더 현재의 공세를 이어갈지, 그리고 언제 멈추게 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요르단 당국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네타냐후와 그의 내각이 전쟁을 멈추도록 명령하기에는 너무 강경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취약하다고 보고 있다. 영국과 유럽은 이스라엘에 대한 영향력이 미미하다.

요르단 당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인 이번 전쟁으로 하마스를 파괴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았으나, 이스라엘은 전쟁을 통해 다음 두 가지 목표 중 최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가자지구 북부에 완충지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 효과적인 황무지에 가자의 230만 인구는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지금까지 대부분의 가자 지역 그리고 인접한 난민 캠프에 적용해 온 초토화 정책을 통해 이미 달성되었다. 두 번째는 북부를 파괴했으므로, 이스라엘은 140만의 가자인들이 피신한 남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봉쇄된 채로 두거나, 혹은 또다른 폭격을 가해 그들을 시나이 반도로 내몰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라파(Rafah) 국경 횡단을 통해 들어오는 구호 물품에 대한 통제를 이스라엘이 유지하게 되면서 결국 상황은 수백만 명이 강제로 이집트로 향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악화될 것이다.

이에 대해 이집트가 어떻게 느끼든, 가자 난민 수만 명이 안전한 지역과 구호품을 찾아 이집트로 향할 경우 이집트가 이를 감당할 수는 없다. 현재까지 서방이 네타냐후와 그의 전쟁 내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겨울이 시작되면서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제로 발생할 수도 있다. 유엔 구호 단체들은 남부 가자 남부의 상황이 참담한 상황이지만, 매일 몇 대의 구호 트럭만이 라파 국경 지점을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온갖 적신호를 드리운다. 극히 일부의 유대계 초민족주의 시온주의자들이 요르단을 이른바 ‘팔레스타인의 대체 조국’이라고 묘사했을 때,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평화 조약에 서명한 상태였고 약 10년 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요르단 모두 각각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정에 도달했다. 두 국가 해결 방안은 몇십 년 간의 갈등을 끝낼 수 있는 그런대로 적당한 국제 공식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극단주의자들은 서서히 이스라엘 정치의 변방서부터 중심으로 움직였다. 유대인 불법 체류는 10배로 늘어났다. 평화 노선은 탈선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지금까지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던 하마스를 지지하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lestine Authority, PA)를 소외시키고 약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요르단과 이스라엘 간 평화협정에는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일으키는 취약점이 있었다. 그리고 네타냐후 극우 정당은 평화협정의 취약점을 시험하려 들었다. 같은 시기에 하마스가 10월 7일 공격을 자행했고, 이는 분수령이 되었다.

현재 요르단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만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국민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계획을 실행한다면, 전례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 다음은 무엇일까? 서안지구에서는 이미 제닌(Jenin), 나블러스(Nablus) 등의 난민 캠프가 날마다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C 구역은 서안지구 인구의 60%가 모여있으며, 팔레스타인 당국의 통제 밖에 놓여 있다. 이곳에서는 몇 안 되는 마지막 팔레스타인 공동체들이 제거되고 있다. 무장한 정착민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마을과 캠프의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있다.

요르단은 서안지구로부터 팔레스타인 주민의 강제 이주를 허용할 수 없다. 그것은 요르단의 존립에 분명하고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요르단은 이미 팔레스타인 난민의 최대 수용국이다. 어떠한 추가적인 유입도 요르단 왕국의 근간에 위협이 될 것이다.

네타냐후 체제 하에서, 이스라엘은 1948년 국경과 그 너머에서의 인종차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대인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인구학적 그리고 존재적 난관을 직면하고 있다. 이미 일어나고 있던 혹은 몇 년 안에 일어나던,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의 비유대인 인구수는 유대인 인구수를 넘길 것이다. 많은 팔레스타인 정착촌을 건설할 수도 있고, 많은 팔레스타인인을 죽일 수도 있지만, 이스라엘은 인구학적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극우파가 제시하고 있는 해결책은 강제 이주이다.

요르단은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게 되었고 이집트와 함께 그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미국이 네타냐후에 대한 영향력이 없기 때문에 강제 이주 시나리오는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는 요르단이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정으로 외줄 타기를 하려 했던 의도를 설명해 준다. 그러나 당시 요르단은 이스라엘의 물과 천연가스에 거의 의존하다시피 했다. 요르단이 이스라엘 의존을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압둘라 국왕이 얼마나 오래 이스라엘의 전쟁에 반기를 들며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을 불편하게 할지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 나온 바에 따르면, 국왕은 가자지구와 그 너머에서의 이스라엘의 사악한 계획을 무산시킬 때까지 갈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요르단은 이스라엘이 현재 가자 유혈사태 지속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도박이다. 지금으로서는 서방의 지도자들이 네타냐후에게 도전할 뾰족한 수나 의지가 없어 보인다. 바이든은 재선을 준비 중이며, 공화당의 경쟁 후보들은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를 맹세하고 있다.

요르단 앞에는 쉬운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정을 폐지 혹은 중단하는 정도까지 갈 수는 있지만,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가 무너지는 등 큰 비용이 따를 것이다. 이와 동시에 요르단은 가자지구 시나리오가 서안지구에서도 반복되게 둘 수는 없다. 지금부터 요르단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만 한다.

 

 

출처:For Jordan, the outcome of the Gaza war presents existential challenges”, Jordan News, Nov 21, 2023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사날짜: 2023.11.21 (검색일: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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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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