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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6.10 | 조회수 : 268

제목 : 세계가 주목하는 우크라이나 新정부 진로(2014.05 매일경제) 글쓴이 : 러시아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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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석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대학장

 

지난 25일 유럽의 운명을 가르는 두 개의 중요한 선거가 있었다.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유럽의회 선거와 유라시아의 지정학적 추축(樞軸) 국가인 우크라이나 조기 대선이다. 우크라이나 대선은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에 즈음해 다시 유럽 대륙을 배회하고 있는 전쟁의 유령 때문에 선거 결과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었다. 출구조사 예측대로 기업가 출신 정치인인 무소속의 페트로 포로셴코 후보가 압도적 득표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백척간두의 국난 위기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포로셴코에게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분리주의와 내전 위기 극복, 파탄 일보 직전의 경제 회생, 고질적인 부패 척결, 훼손된 영토 주권 확보 등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국제 사회의 가장 큰 관심은 향후 그가 어떤 외교 좌표를 설정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전 세계가 키예프의 권력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동(러시아)`과 `서(미국ㆍEU)` 사이에 위치한 우크라이나의 대외적 선택이 유라시아 세력 판도에 커다란 변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 확대와 이에 맞선 러시아의 유라시아연합(EAU) 창설 움직임으로 새로이 구축되는 유럽의 정치 지형에서 우크라이나가 어디에 속하는가가 유럽을 넘어 유라시아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서구와 러시아 모두 반드시 포섭해야 할 핵심 공략 대상이다. 2004년 오렌지 혁명과 2013년 유로마이단이 사실상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첨예하고 격렬하게 전개된 이유다. 우크라이나는 `선택`을 강요하는 지정학적 현실 속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친러 노선을 견지할 경우 이는 세계 정치 경제 자본을 통제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 손상을 수반하고, 절박하게 요구되는 서방의 독점적 투자 역량과 현대 선진 기술로부터의 차단을 초래한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EAU 합류는 벨라루스처럼 우크라이나를 장기적 소외와 후진적 고립으로 인도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거꾸로 키예프가 서구행을 결행할 경우 예의 주시하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국가의 근본적 안위를 위협당할 수 있다. 크림반도 침탈에 이어 동서 우크라이나의 분리도 배제할 수 없다.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의 경고성 가스 공급 중단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에너지 먹는 `하마`인 군산복합체가 우크라이나 산업의 중추라는 점을 감안할 때 러시아가 가스 가격을 인상 또는 중단함으로써 우크라이나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항구적인 주권 확보와 자유시장 경제 체제 확충을 위해 서구 세계로의 편입을 동경하지만 지정학적 현실은 키예프의 무분별한 러시아 세력권 이탈을 제한한다. 양 가위의 날개에 낀 형국처럼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독자적인 외교적 운신의 폭을 제약받는 아주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런 대외적 환경이 키예프로 하여금 `곡예 외교`를 강요한다. 레오니트 쿠치마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어디로 향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우리는 `동`이나 `서`로 가지 않고 세계로 간다"고 항상 되풀이하곤 했다.

포로셴코가 `우크라이나의 유럽화`를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그의 행보 또한 쿠치마의 언술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서구와 러시아의 이해를 아우르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게 냉엄한 현실이다. 다수의 우크라이나 유권자들이 친서방 유셴코 정권에서는 외무장관, 야누코비치 친러 정권에서는 경제장관을 역임한 포로셴코를 선택한 것도 아마 이런 배경일 것이다.

한국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점점 더 고민이 깊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우크라이나 대선이 남의 일 같지 않고 무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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