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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26 | 조회수 : 287

제목 : <국제> 한글로 쓴 ‘친하게 지내요’ 팻말… 도쿄의 중심에서 평화를 외치다 글쓴이 : 일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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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 반대” 日 대행진 현장
태극기-일장기 동시에 그린 모자도
양심세력 앞장서자 시민들 합류… 1000여명 참여, 한국에 우정 메시지

“차별은 이제 그만.” “다 함께 걸어가.”

22일 오후 1시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구 신주쿠중앙공원.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민 1000여 명이 모여 이 같은 구호를 외치며 ‘도쿄대행진’에 나섰다. 1963년 미국 워싱턴에서 마틴 루서 킹 목사 주도로 약 25만 명이 모여 흑인에 대한 차별 철폐를 외친 ‘워싱턴 평화대행진’을 본뜬 것이다.

한글로 ‘친하게 지내요’라고 쓴 팻말을 든 노인, 태극기와 일장기가 모두 그려진 모자를 쓴 중년, 한복을 입은 참가자, 북과 꽹과리를 치는 농악대 등도 보였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시위가 한국인에 대해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행진에선 ‘한국과 친하게 지내자’는 메시지를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었다.

도쿄대행진 실행위원회는 인터넷에 22일 도쿄대행진을 알리며 ‘워싱턴 대행진처럼 남성은 검정 양복, 여성은 정장을 입어 달라’고 요청했다. 복장 규정을 지킨 200여 명이 대행진의 선두에 섰다. 이들은 3개 조로 나눠 중앙공원에서 신주쿠역으로 행진했다. 워싱턴 대행진에서 연주됐던 미국 인권운동 상징곡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가 줄곧 연주됐다. 용달차에서 대행진을 이끄는 이들이 힙합 리듬으로 “차별 철폐”를 외치자 모두 따라했다. 꽹과리와 북을 치며 흥을 돋우는 사물놀이패도 있었다.

이번 대행진 참가자 1000여 명은 도쿄대행진 실행위원회 측의 목표(1000명)를 웃도는 규모로 보통 혐한시위 때 모이는 100여 명에 비해 월등히 많다. 이바라키(茨木) 현 히타치(日立) 시에 사는 직장인 하기노카 겐지(萩野谷賢治) 씨는 “신오쿠보의 혐한시위를 실제로 2번 봤는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하는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가 들고 있는 스케치북에는 ‘최대한 친절하게’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행진 과정에 참가자 수가 점차 불어났다. 이들에게 “힘내라”고 응원을 보내던 보행자들이 아예 함께 걸으며 합류했기 때문이다. 도쿄대 연구원으로 있는 미국인 토비 호킹 씨는 “신주쿠에 쇼핑 왔다가 차별 철폐에 공감해 합류했다. 한국보다는 덜하지만 미국에 대한 일본의 차별도 있다”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주로 마스크를 끼며 자신의 얼굴 노출을 꺼리지만 이번 대행진에서는 그런 참가자가 거의 없었다. 차별 철폐 행사에 항상 나타나 욕설을 퍼붓는 극우들은 이번 대행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덕분에 경찰은 교통만 정리하면서 대행진 참가자들을 지켜봤다.

이날 실행위원회 측은 일본이 가입한 유엔 인종차별 철폐조약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또 일본 정부가 혐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인종 성 종교에 대한 증오 섞인 발언)’를 규제하는 법규를 만들지 않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2013/9/23

<출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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