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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3.06 | 조회수 : 193

제목 : <사회> 준정규직… 일본 ‘고용 중간층’ 실험 글쓴이 : 일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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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해결 고육책으로 … 임금 더 주고 근무기간 제한 없애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준(準)정규직’이란 새로운 고용 형태가 일본에서 만들어질 전망이다. 매년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전체 근로자 5명 중 거의 2명이 비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 추세를 억제하고 평균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준정규직 제도를 내년 4월 도입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준정규직의 근로조건으로 ▶비정규직과는 달리 근무기한이 없고(비정규직은 3년 이내 근무 후 재계약) ▶임금을 비정규직보다 3% 올려 정사원 임금수준에 보다 가깝게 하고 ▶근로시간 등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대신 승진은 제한하도록 규정할 방침이다.

일 정부가 준정규직을 도입하게 된 것은 그동안 계약사원·파트타임 사원 등의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에 금전적 지원을 해왔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의 비정규직은 지난해 말 현재 1813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35.25%에 달한다. 최근 10년 새 연평균 30만 명씩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약 400만 명은 정규직을 희망하지만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후생노동성은 분석하고 있다.
일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정규직을 늘리는 데 집착해봤자 실제로는 불안정한 비정규직만 늘어날 뿐”이라며 “중간적인 근로자층을 만들면 기업의 부담을 지나치게 무겁게 하지 않으면서 근로자의 지위 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양극화된 현 상황을 2층 건물에 비유한다면 준정규직은 그 사이에 좁게 만들어진 일종의 중간층(M층)이다. 1층(비정규직)과 2층(정사원) 사이를 짧은 계단으로 연결하도록 해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사원으로 전환하는 데 완충 단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주 30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에 대해 건강보험·후생연금을 가입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는 만큼 비정규직을 준정규직으로 바꾸더라도 근무시간을 주 30시간 미만으로 하면 보험 및 연금 부담이 없다. 일 정부는 비정규직을 준정규직으로 전환한 종업원 300명 이상의 대기업에는 1인당 15만 엔(약 175만원), 중소기업에는 20만 엔(약 234만원)을 지원하고, 나아가 준정규직을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한 경우에는 같은 액수를 추가로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노동계에서는 준정규직 제도가 오히려 기업의 인건비 삭감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정규직을 준정규직으로 강등하거나, 원래 정사원으로 신규 채용할 것을 준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업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노동계에서는 준정규직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도입과 운용에 있어 업무형태와 근로조건에 대한 연구는 물론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와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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