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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1.02 | 조회수 : 166

제목 : <국제> “명퇴 칼바람 피하면 뭐하나”… 日직장인 ‘사내 실직’에 떤다 글쓴이 : 일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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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배치 못받은 직원들 따로 모아 놓는 기업 급증

일본 2위의 TV 생산업체인 파나소닉에는 일명 ‘쫓아내기(追い出し) 부서’로 불리는 곳이 있다. 오사카(大阪) 본사에서 수백 km 떨어진 요코하마(橫濱)에 사무실이 있다. 간판도 없고 100여 개의 낡은 책상과 컴퓨터만 있다. 정식 명칭은 ‘사업·인재강화센터(BHC)’지만 이곳의 업무는 다른 부서에서 지원 요청이 오면 무엇이든 돕는 것이다.

현재 파나소닉 각 부서의 정사원 113명이 모여 있다. “당신이 담당할 만한 업무가 없다. 명예퇴직할 것인가, 아니면 BHC에 갈 것인가”라는 부서장의 질문에 BHC를 선택한 사원들이 모인 곳이다. 하지만 거기에 온 사원들은 자괴감에 오래 버티지 못한다. BHC로 발령이 나면 사실상 ‘해고’ 통지를 받았다고 봐야 한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12월 31일 BHC로 배속된 사원의 이야기를 전하며 일부 일본 기업들이 경쟁에 밀려 한계로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나소닉은 2013년 3월 마감하는 2012년 회계연도에 7650억 엔(약 10조500억 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2년 연속 7000억 엔대 적자다. 파나소닉은 사원 4만 명을 줄이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문제는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정사원 가운데 어느 부서에서도 데려가려고 하지 않는 ‘사내 실업자’다.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2011년 9월 기준으로 사내 실직 상태인 종업원은 최대 465만 명으로 전체 종업원의 약 10%다. BHC 같은 부서는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궁여지책으로 만들었다. 소니의 ‘커리어스테이션실’, NEC의 ‘프로젝트 지원센터’ 등도 비슷한 성격의 부서로 최근 2, 3년 사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제조업 왕국 일본에서 파나소닉 샤프 소니 등 기업들이 연이어 휘청거리자 고용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제조업에 취업한 일본인 수는 1039만 명으로 2011년 10월보다 6만 명 줄었다. 종신고용을 미덕으로 삼았던 샤프조차 그 전통을 100년 만에 포기했다. 최근 활기를 띠는 곳은 인재를 소개하고 파견하는 인재서비스업계 정도라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출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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