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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4.16 | 조회수 : 368

제목 : 《1.18》[세상읽기] 타이완 다시 보기 ─ 매일경제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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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치러진 대만총통 선거에서 박빙의 예상을 뒤엎고 집권 국민당의 마잉주 현 총통이 안정적인 양안관계 설정을 호소하면서 야당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를 약 6% 표차로 누르고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는 2008년에 집권한 마 총통이 일정 부분 경제를 회복시킨 데 대한 평가 여부 그리고 올해 말에 중국도 제5세대로의 지도부 교체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중국과 미국은 한숨을 돌렸다. 이는 대만 독립적 성향을 보이는 민진당이 재집권하게 되면 과거 천수이볜 총통 시절처럼 중국과의 갈등 재연이 불가피하고, 이는 자연스레 미ㆍ중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집권 4년간 마 총통은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해 대만 경제의 회복과 발전을 이끌었다. 이 때문에 마 총통은 이번 선거의 핵심 정책을 안정적인 대중국 관계 설정에 둔 반면, 차이 후보는 지나친 중국 지향적 정책은 대만의 독자성을 훼손하게 된다면서 양안이 합의한 `92공식(共識ㆍconsensus)`을 부정했다.

1992년 `양안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면서 각자 중국을 표현한다`는 이 어정쩡한 합의보다는 대만인이 스스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대만의 장래를 결정해야 한다는 `대만 공식`을 정책으로 내걸었다. 물론 청렴과 도덕을 강조하는 정부 이미지도 큰 힘이 됐다.

이 상황에서 대만인들은 적절한 균형감각을 보여줬다. 마 총통이 주창한 현실적인 중국 시장의 필요성을 긍정하면서도 지난 선거보다 141만표나 적은 지지를 보냈다. 또 함께 실시된 총 113석의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국민당은 비록 64석을 차지했지만 이는 지난번보다 17석이나 적은 숫자다. 반면 민진당에는 13석이 늘어난 40석을 선물해 국민당 독주에 대한 견제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이로써 양안 간에는 일단 안정적인 교류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번 대만의 선거 결과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는 한ㆍ중 수교 20년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이면의 엄연한 사실인 한ㆍ대만 단교 20년을 잊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이번 선거로 양안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한다. 복잡한 과거와 현실적 국제 전략을 논하지 않더라도 대만은 분명히 다시 봐야 할 중요한 대상이다.

일단 대만은 우리나라의 5대 교역국으로 중요한 경제 실체다. 일본은 양안 간 ECFA 체결을 계기로 대만에 대한 대형 투자를 늘리고 있다. 동남아 각국도 대만과의 경제교류 확대에 적극적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대만과의 협력을 통한 중국 시장 진출을 도모하는 등 서로 2%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협력의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또 단교라는 아픈 역사를 갖고 있지만 문화적으로 대만은 동남아 한류의 진원지 역할을 했고, 여전히 한류에 열광하고 있다.

대만과의 경제ㆍ사회문화 교류 확대가 한ㆍ중 수교 성명에서 우리가 천명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국가 간의 외교적 약속은 지켜야 한다. 하지만 21세기 글로벌 경제시대에 튼실한 경제 실체인 대만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적어도 경제ㆍ사회적인 측면에서 과도하게 중국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우리도 국제사회가 북한과 교류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 대만도더 이상 수동적이어서는 안 된다. 다른 국가가 어떻게 해주기만을 바란다면 어렵게 얻은 양안 협력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애증의 관계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다. 많은 분야에서 경제적 교류가 가능하고 사회문화적 공감대가 있는 대만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필요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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