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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4.16 | 조회수 : 335

제목 : 《3.28》[세상읽기] 중국정치 관전법 ─ 매일경제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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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향후 중국 공산당 10년 권력과 미래 중국 발전 방향을 규정할 제18차 공산당 대표대회를 앞두고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군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던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서기가 해임됐다. 세간에서는 이를 `충칭모델`이 종말을 맞았고 권력투쟁의 서막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개혁ㆍ개방 이후 중국에서는 수많은 지역 발전 모델이 명멸해 왔다. 충칭모델은 사회주의적 방식으로 경제 발전과 균등한 소득 분배가 가능하다는 지역 발전 모델 중 하나로 개방을 통한 외자유치와 제도화, 정치적 투명성을 강조하는 광둥(廣東) 발전 모델과 대척점에 있다. 광둥 모델은 후진타오 현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정치적 배경인 공산주의청년단 계열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가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 둘은 타이쯔당(太子黨) 계열과 공청단 계열을 대표해 차기 당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상징성이 있다.

그러나 보 서기 해임을 단순한 권력투쟁이나 모델 경쟁의 패배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는 물론이고 미래 지도부인 시진핑-리커창 체제의 가장 큰 목표는 여전히 안정적인 공산당 정권 유지에 있다. 이를 위해 조화사회가 강조되고 사회적 어둠을 보살피면서 발전하는 포용성(inclusive) 성장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충칭모델은 일부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현 지도부가 수용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었다. 부정부패 척결 과정에서 인치적 요소가 법치적 요소를 크게 앞섰고, 보 서기 개인의 정치적 이미지 구축에 더 큰 방점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지도부는 보시라이 오른팔로 사회주의 성을 강조하면서 부정부패를 척결하자는 소위 창훙다헤이(唱紅打黑)를 외치던 충칭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이었던 왕리쥔(王立軍)의 미국 망명 시도를 보고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수습을 해야만 했다. 지난 4년간 충칭에서 거둔 성과를 긍정하면서도 공산당 통치의 미래와 관련해 더 이상 보시라이를 두둔할 수 없었으며 나아가 보 서기의 제5세대 지도부 진입은 내부 이질감을 증폭시켜 중국을 새로운 위기로 빠뜨릴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1992년 덩샤오핑이 개혁 심화와 개방 확대를 강조한 남순강화의 `우경화는 경계해야 하지만 좌경화는 방지해야 한다`는 말과 맥을 같이한다. 그럼에도 중국 지도부는 왕리쥔 사건으로 촉발된 이번 문제를 보 서기 개인 문제로 압축해 해임이라는 합의에 도달했다. 따라서 중국 지도부가 충칭모델 자체에 대한 부정적 해석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재 중국 지도부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 분담 영역이 비교적 뚜렷한 분관(分管) 정치를 실시하고 있다. 물론 당 총서기가 최고 지도자로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지만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행정 요직을 독점하면서 각자 영역에서 최고 실권을 행사한다. 따라서 아직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 중 한 사람이었던 보시라이 해임이 직접적인 권력투쟁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우며, 더욱이 한국 등에 미칠 외부적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

앞으로 중국 정치에서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나오기는 어렵다. 그래서 후진타오는 법치를 강조하고 있고 원자바오는 특권을 배제하고 관료주의를 배격하는 정치개혁을 강조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제 새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늘 그랬듯 당을 중심으로 한 일사불란성을 고취하기 위한 정풍(整風) 운동을 통해 나머지 어지러운 국면을 수습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국민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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