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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5.04 | 조회수 : 367

제목 : 《5.1》[시론] 中 ‘인권태풍’ 오나 ─세계일보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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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청사건 연좌적 악행에 경악
인권탄압 계속땐 망국의 부메랑

 

중국 산둥성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이 가택연금에서 탈출해 베이징 미국대사관에 피신한 사건으로 중국의 인권 문제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인구 대국 중국은 다양한 인권 문제를 가지고 있다. 티베트와 신장을 포함한 소수민족 및 종교, 민주화 운동 탄압은 물론 경제활동을 포함한 일상에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과 농민공(도시이주노동자) 문제, 그리고 이번 경우처럼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한 공권력의 횡포 등이 그것이다.

중국 사회에서 공분(公憤)이 집중되는 경우는 정부 정책을 비난했다고 해서 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으로부터 폭력적 탄압을 받아야 하는 ‘억울한’ 사례다. 모든 일반 중국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천광청이 주목받는 것은 시각장애인으로서 자수성가해 변호사까지 된 입지전적 개인사에 더해 지방 공안권력의 과도한 탄압, 미국 대사관 피신 등의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2005년 강제 낙태와 피임 피해 여성의 소송을 대리하다 가택연금됐던 천광청이 결국 4년3개월을 복역해야 했던 죄목은 황당하게도 공공재산 파괴와 교통방해였다. 또 출옥 후에는 공권력으로부터의 폭력과 감금에 시달려야 했다.


정부의 정책에 방해가 되는 인물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과 탄압은 중국 정부가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인지를 의심케 하는 전근대적 양상이다. 모든 중국인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특히 개혁개방 과정에서 나타났던 물신숭배와 이권추구형 관료주의는 힘없는 자에 대한 수탈과 전제주의적 관권의 재등장을 초래했다. 천광청 사례에서 보듯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탈출에 도움을 준 지인이 모두 체포와 감금, 탄압의 대상이 됐다. 현대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연좌적 악행이다.

이번 사건의 처리과정은 중국 인권 문제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중국 중앙정부가 천광청 및 주변 인물에 대한 불법 탄압과 폭력을 자행한 지방관료조직에 대해 법치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다면 적어도 일상적 인권에 대한 공권력의 횡포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국이 이 문제를 천광청의 피신을 기화로 미국과의 담판 대상으로만 여기고 산둥성 지방의 폭압적 공권력에 대해 눈감는다면 중국 인권의 미래는 암담하다.

반체제 민주화운동에 대한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해 국제사회는 피해자를 돕기 위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곳곳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권력의 인권 침해는 음성적으로 워낙 광범위하게 이뤄지므로 중국 서민의 질곡이자 기본권을 박탈하는 망국적 병폐인 것이다. 티베트나 신장 등의 소수민족과 종교에 대한 인권탄압 역시 탈법적이며 음성적 양상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법을 무시한 공권력의 인권 침해가 계속될 경우, 결국 중국 정부와 중국공산당에 사회 불안정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밖에 없다. 사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기보다는 미국 정부와의 담판에 의지해 사건을 대충 마무리할 경우 앞으로 제2, 제3의 천광청이 중국을 괴롭히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기화로 중국의 인권 침해에 대한 외부세계의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동안 중국 인권 문제는 주로 소수민족 문제와 반체제 인사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천광청과 같이 이미 알려진 인권변호사 이외에 얼마나 많은 중국인이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공권력에 희생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국제사회도 모든 중국 내의 인권 관련 사안을 무조건 반체제나 민주화 운동으로 몰아가지 말고 중국 주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권 향상에 보다 많은 실질적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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