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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5.04 | 조회수 : 435

제목 : 《5.2》[세상읽기] 중국정치, 政道와 治道 ─ 매일경제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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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薄熙來) 사건으로 관료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낸 중국이 이어진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의 미국 대사관 피신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동안 개혁ㆍ개방 성과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던 일사불란한 위로부터의 정치시스템은 미래 10년 중국을 이끌 새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보시라이 사건에 대한 중국 당국 공식 발표는 그가 3월 15일 충칭(重慶)시 서기에서 해임되고, 4월 10일 공산당 중앙위원과 정치국원 자격을 직무 정지당했으며 여전히 조사 중이라는 것이 전부다. 일단 그가 새 지도부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으로 유력했기 때문에 태자당ㆍ상하이방 연합세력과 후진타오 지지 기반인 공산주의 청년단 세력 간 권력 투쟁적 성격에 세간의 관심이 많이 쏠렸다. 그러나 이제 보시라이는 자기 부인과 연관된 영국인 살해사건 배후로 지목받고 있으며,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지나친 개인비리와 권력을 이용한 축재 등으로 많은 중국인들을 실망시켰다. 결국 국민의 통제를 받지 않는 공산당 고위 권력의 무절제함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더욱이 자기 측근이었던 왕리쥔(王立軍)을 공산당 중앙조직부의 법과 규정을 무시한 채 임의로 해임해 중국 공산당 당장을 위반하는 초법적 조치를 취했다. 중국 당국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왕리쥔이나 보시라이 모두 임의로 연행되어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충칭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을 인민대표대회 동의 없이 인신을 구속한 것은 중국 헌법 제 74조 위반으로 법에 의한 통치 기초를 무너뜨린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이 4월 26일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으로 피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천 변호사는 중국 지방정부가 자행해온 불법 낙태 실상 등을 고발하다 수감됐고, 석방 후 가택연금됐다. 미국 대사관으로 피신한 천 변호사는 자신에 대한 탄압이 수년간 계속됐다고 주장하면서 "법도 없고 하늘도 없다"는 말로 당 중앙정법위원회의 무자비한 인권탄압 행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정법위원회는 보시라이를 비호하는 인물로 알려진 저우융캉(周永康)이 수장으로 있는 사정업무 총괄기관이다.

 

전략대화를 앞둔 미국과 중국은 천 변호사 신병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중국은 인권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비난에 직면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측에서 대(對)중국 저자세 외교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천 변호사가 미국 망명보다는 중국에 남아 인권탄압 실상을 알리겠다고 주장하면서 그 처리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중국 정치의 낙후성과 정치개혁의 부진성을 지목했던 많은 사람의 염려대로 이런 일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정치란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해 국가 정책과 목표를 실현시키는 일을 가리키며, 중국의 전통정치는 정치를 정도(政道)와 치도(治道)로 구분한다. `정`은 국가 권력과 제도, 질서, 법령을, `치`는 국민을 교화하고 관리해 안정적인 사회를 구현하는지를 지칭한다. 이렇게 보면 작금의 중국에는 정도만 있고 치도는 없는 것이다.

이제 중국은 G2로 지칭되는 세계적 국가로 부상했다. 사실 정치시스템이 서방식이냐 중국식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점이 발견되었다면 과감하게 과거 통제체계를 시대에 맞게, 성장한 중국 국민의식과 공감대를 이룰 수 있도록 고치는게 필요하다. 이것이 중국에 필요한 치도에 바탕을 둔 정치일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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