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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5.09 | 조회수 : 295

제목 : 《5.7》[오피니언] 포럼 韓中 FTA 협상서 유념해야 할 4가지 ─ 문화일보 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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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두 나라가 지난 2일 베이징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선언함으로써 대장정이 시작됐다. 오랫동안 뜸 들였던 참이라 차분한 분위기다. 올 1분기 2.8%에 불과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한국은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지경학적(地經學的) 구조를 보면, 이미 발효된 한·미, 한·유럽연합(EU) FTA에 한·중 FTA를 더함으로써 유라시아 대륙과 미·일 경제권이 서로 상대 지역을 염두에 두고 한국을 교두보로 삼는 플랫폼(platform) 경제를 한반도에 구현할 수 있다. 한국경제는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한·중 FTA는 그래서 중요하다.

중국과의 FTA 협상 전략은 미국이나 EU와 출발점이 다르다.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동기가 강하다. 중국은 협상과정에서 상대편에 유리한 조기 수확 품목 설정 등의 당근을 사용해 협정을 의도대로 이끄는 전략을 구사한다. 한국은 중국의 중요한 경제협력및 안보 전략적 고려의 대상이다. 더욱이 미국의 환태평양동반자(TPP) 구상에 대응해 중국이 추구하는 동아시아 FTA 네트워크에서 불가결한 연결고리다. 미국이나 EU와의 협상 과정에서는 항목별 주고받기 식의 접근이 유효했다면, 중국과의 협상에서 상대의 국제정치적 전략(戰略) 의도를 잘만 활용하면 한국은 주지 않고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아킬레스건(腱)은 역시 농수산물 영역이다. 중국이 한국의 국내정치적 의미를 읽어서 약간의 양보로 생색내기에 딱 좋다. 그러나 중국도 결코 농업 강국이 아니다. 낙후된 농업 구조로 인해 20년쯤 뒤에는 세계최대의 식량 수입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은 FTA 타결 이전에 농업 유관 조직의 개혁과 변신을 통해 한국 농업의 대(對) 중국 농업 투자를 뒷받침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농업 투자 환경 조성 요구는 협상과정에서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중국의 생색에 대해 반대급부를 주는 식의 소극적 대응 논리를 버려야 우리 농업이 산다.

중국과의 FTA가 가지는 또 하나의 어려움은 중국경제의 양파껍질 같은 다층(多層) 구조와 지방정부에 의한 유무형의 보호장벽 조성이다. 베이징 정부와의 합의 내용이 다양한 지방경제의 이해관계와 충돌한다면, 실제 이행 과정의 어려움은 각오해야 한다. 또 관(官) 주도형 중국경제의 불투명성과 경제 외적 영향력이 경제를 좌우하는 관행은 협정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중국경제의 구조적특징이 야기(惹起)하는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협의 내용을 세분화하여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음으로는 북한 변수다. 일단 중국이 협상 개시에 앞서 개성공단생산 상품에 대한 관세 혜택 부여에 동의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앞으로의 협상과정에서는 대북 정책 등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기대한 한국의 ‘자발적’ 협상력 약화는 경계해야 한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북한 때문에 알아서 경제적 사안(事案)을 양보할 필요는 없다. 북·중 관계와 한·중 FTA는 분리해서 다룰 일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산업 간의 이해관계 조율과 여론의 수렴이다. 당장은 한·중 FTA로 인해 한국의 농수산업과 중소기업이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정치 압력을 피하려는 불투명한 협상과 밀실 합의는 결국 정부 불신과 국민 갈등의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중국의 요구와 협상의 어려움을 국민에게 신속 정확하게 알리고, 여론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협상 성공의 첩경(捷徑)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내 여건부터 확실하게 다지고 가야 한다.


 

오승렬/한국외국어대 중국학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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