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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7.18 | 조회수 : 441

제목 : 《7.9》[글로벌포커스] 중국, 왜 거짓역사를 탐하는가 ─ 매일경제기고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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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말에 한 치를 얻으니 한 자를 욕심낸다는 진춘더츠(進寸得尺)라는 성어가 있다. 최근 중국 모습이 꼭 그렇다. 중국 국가문물국이 만리장성 길이를 기존보다 2배 이상 늘려서 발표하면서 역사 왜곡을 넘어 역사를 빼앗는 찬탈 작업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공정은 시작에 불과했던 것이다.

 

만리장성 길이는 동으로는 허베이(河北)성 산하이관(山海關)에서 서로는 간쑤(甘肅)성 자위관(嘉欲關)에 이르는 6352㎞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중국 역사학계도 인정했던 이 만리장성이 2009년 동쪽 출발점이 단둥(丹東)까지 연장돼 8851㎞가 되더니 급기야 지난 6월 초 2만1196㎞로 늘어났다. 동쪽을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牧丹江)으로, 서쪽을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하미(哈密)까지 연장했기 때문이다.

 

한 국가가 정확한 근거와 고증을 통해 자국 역사를 수정한다면 이는 인정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중국의 만리장성 길이 늘리기는 억지스럽다. 중국이 이민족을 방어하기 위해 축조한 만리장성에 다른 민족이 쌓은 성을 포함시키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중국이 새로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만리장성 유적들은 축조 양식부터 기존 장성과는 전혀 다른 고구려 등 유적들이다. 중국은 만리장성 늘리기를 통해 옛 고구려와 발해 지역을 비롯해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신장,티베트 지역 등이 과거부터 중화민족 통치권에 속했다고 주장할 근거를 축적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중국 동북지역은 청대 이전까지 중국이 통치한 적이 없다. 산하이관은 만주와, 자위관은 유목민 위구르와 경계 지역이다. 관(關)은 기본적으로 국경 관문 도시를 의미한다. 그러나 중국은 중국 강역에 살았거나 살고 있는 모든 민족은 중화민족이라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을 내세우면서 중국 내 장성은 모두 중화민족 유산이라는 논리를 편다.

중국은 국가적 부상과 국력 증대에 따른 역사 정통성 갖추기에 오래전부터 골몰해 왔다. 특히 15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천 년간 역사를 이어온 각 소수민족들에 대한 정통성 확보는 국내적 단결을 위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몽골족에 대한 북방공정, 신장위구르 지역에 대한 서북공정이 그렇다. 또한 서남공정을 통해 티베트를, 남방공정을 통해 광시좡족(廣西壯族) 자치구와 베트남족을 아우르려고 한다. 동북공정도 같은 맥락이다. 고구려와 발해는 이미 중국 지방정권으로 규정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한민족에게 고구려 역사는 없다. 만주를 호령한 웅혼한 고구려의 기상도 중국 역사이며,고구려 후예인 한민족도 중화민족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과연 중국의 욕심은 어디까지인가? 하상주단대공정(夏商周斷代工程)을 통해 전설시대인 하나라와 상나라 역사를 정사로 편입한 중국은 이민족 역사로 폄훼됐던 청대 역사도 정사로 수정하고 있다. 황하문명보다 1000년 정도 앞선 것으로 밝혀진 요하문명을 시원으로 삼으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요하문명에서 발원한 우리 민족도 황제의 후예가 되는 것이다. 중국은 작년에 우리 아리랑을 국가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또 옌볜지역의 씨름, 환갑행사, 돌잡이 행사 등도 중국 국내 소수민족 문화로 성급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역사를 잃게 되면 혼까지 잃을 수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중국은 일본에 대해 늘 역사인식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정치적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면 중국도 마찬가지다. 왜곡된 사실로 이웃나라와 각을 세우면서 세계적 국가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중국의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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