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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11.28 | 조회수 : 125

제목 : ‎<사설> ‘십자가와 초승달’의 투쟁이 아니다 (2023.11.28)‎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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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9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규탄하고 “휴전”을 요구하는 무리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것은 십자가 또는 초승달의 투쟁이 아니다.

2023년 10월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수만 명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것은 십자가 또는 초승달의 투쟁이 아니다

2023년 10월 29일 스페인, 폴란드, 일본, 모로코, 레바논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것은 십자가 또는 초승달의 투쟁이 아니다.

2023년 11월 11일 영국 런던에서 수십만 명의 군중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벌였다. 영국 경찰에 따르면 30만 명의 군중이 도시 중심에서 가자 지구 사태의 휴전을 촉구하는 평화 시위를 벌였다. 이것은 십자가 또는 초승달의 투쟁이 아니다.

런던에서 시위가 일어난 날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을 비판하는 시위가 독일에서 열렸다. 시위에 참여한 수천 명의 군중들은 독일 당국이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위해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이것은 십자가 또는 초승달의 투쟁이 아니다

위와 같은 예시들은 수없이 많다. 영국 셀틱(Celtic)에서는 팔레스타인 국기와 함께 찬가가 불렸고, 스페인 축구 클럽인 레알 소시에다드(Real Sociedad) 팬들이 관중석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취지에서 혈흔이 묻은 옷을 입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펼쳤다.

지난 10월 28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서 “1만 3천 명에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 지도자들은 어디 있는가? 당신들에게는 양심과 공정이 있기라도 한 것인가? 이 사태는 십자군과 초승달의 갈등이다.”고 발언하며 ‘테러 국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학살을 방관한 서방 국가들을 비판했다. .

하마스의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반격이 시작되자 다른 국가들은 외교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당 ‘사회주의 운동’이 집권한 볼리비아는 이스라엘과 국교를 단절한 첫 국가가 되었으며, 칠레 외교부는 이스라엘의 민간인 겨냥 군사 작전을 비판하며 자국의 이스라엘 대사에게 복귀 명령을 내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가자 지구에서 지속되는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이유로 텔아비브에 주재한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송환했다.

-무슬림 국가들은 그저 비판만 할 뿐

이 사태를 ‘십자가와 초승달’ 사이의 사태로만 해석한다면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튀르키예 언론인 소네스 얄츤(Soner Yalçın)은 2014년 기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태 관련 무슬림 국가들의 미온적 태도에 비판한 바가 있다. 얄츤은 해당 기사에서 남미의 좌익 정권들이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를 겨냥한 잔혹한 공격을 비판할 때 무슬림 국가들은 언제나 침묵을 지켰고 이전에도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태가 길어지는 것은 중동 국가에 전혀 득이 되지 않으며 석유를 장악하기를 원하고 양측에 무기를 공급하는 제국주의자들에게만 득이 된다고 전했다.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은 오랜 시간 누적된 역사 문제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복합적인 사안이기도 하다. 현재 이스라엘 집권 세력이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을 통해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등을 통해 자국 단합과 주변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이번 사태가 각국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서도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작 같은 무슬림 국가들의 대다수도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내지만 미온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도 이번 사태가 종교 간의 갈등보다는 지역 갈등의 모습을 더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튀르키예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대통령이 참석해 연설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으나 팔레스타인 난민이 튀르키예로 올 수 있다는 소문이 SNS에 퍼지자, 대통령실 산하 소통실을 통해 해당 소문을 부인할 정도로 실제로 자국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다. 또한 이집트도 가자 지구를 향한 원조를 진행 중이지만 난민 유입에 대해서는 부정적 논조를 보였다. 이렇듯 이번 사태는 종교 갈등이 아닌 관련국들과 강대국들의 정치적 이익에 따른 활동 범위가 되어버렸다.

 

출처: "Haç-Hilal Kavgası değil", Sözcü Gazetesi, Nov 17, 2023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사날짜: 2023.11.17 (검색일: 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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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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