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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0.25 | 조회수 : 1258

제목 : 스웨덴 주얼리 디자이너 오싸 로크너 “아직 내 인생의 목표는 성취되지 않았다” 글쓴이 : 스칸디나비아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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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사진 김강유 기자] ‘새로운 주얼리를 창조해내는 활발한 손의 움직임처럼 그의 가슴도 새로운 것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오싸 로크너(Asa Lockner)를 만난 건 한적했던 토요일 오후 삼청동의 한옥 레스토랑이었다. 한옥과 이탈리안 음식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공간에서 스웨덴에서 온 주얼리 디자이너 오싸 로크너는 “한국이란 나라는 한옥과 빌딩의 조화가 잘 이뤄진 멋진 곳”이라며 첫 방한의 소감을 밝혔다. 

오싸 로크너(이하 오싸)는 1994년-1999년까지 일 년에 열 명 내외의 디자이너만 배출하는 150년 전통을 지닌 세계적인 미술공예 및 디자인 학교 콘스트팍(konstfack)에서 금속디자인 학사,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그는 스웨덴과 북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개인, 그룹 등의 해외 전시는 물론 비엔날레에 참가하며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스웨덴 국립 예술원의 지원도 수차례 받기도 했다.

오싸는 국내 주얼리 브랜드 코이누르와 1년 여 정도에 걸쳐 진행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2011년 11월 한국에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에 그는 론칭에 앞서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스웨덴에서 업무를 소화하던 코이누르의 한 고객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코이누르의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송진희(이하 송 대표)는 스웨덴에서 고객이 보내온 100개 정도의 다양한 디자이너들 작품 중에서 오싸의 작품에 관심을 보였다. 이렇게 시작된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완벽한 조화(perfect match)를 이뤘다”며 오싸는 만족했다.

한국 브랜드와의 첫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어땠나?

1년 여정도 진행한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즐거웠다. 하지만 소통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은 있었다. 

이번 한국 방문이 처음인 것을 미뤄 알 수 있듯이 그동안의 작업은 온라인상으로 이뤄졌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보를 교환하기란 쉽지 않았다. 

또한 스웨덴과 한국의 언어 장벽 역시 원활한 소통을 이루지 못한 어려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을 방문해서 송 대표와 얼굴을 마주보며 함께 디자인하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

평소 오싸의 디자인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선보일 작품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콜라보레이션 작품이라고 해서 특별히 기존의 내 작품들과 차별성을 두진 않았다. 주로 내가 추구하는 주얼리의 콘셉트는 단순하지만 밋밋하지 않는, 율동감 있는 선의 느낌이 특징인데 이번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송 대표가 처음 내 작품을 접했을 때에 주얼리의 재질과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을 함께한 코이누르의 디자인을 어떻게 생각하나?

코이누르의 주얼리는 판매를 위한 목적이 아닌 즉 상업적인 느낌이 아닌 주얼리 그 자체에서 가치가 느껴진다. 주얼리 속에서 디자이너의 배경과 생각, 감정들이 느껴져서 마음에 든다.


“새로운 예술 작품을 구상하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다.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에서 받은 영감을 그대로 주얼리에 녹아낸다.”

새로운 것을 구상하고 창조해내는 디자이너들에게 아이디어 고갈은 치명적이며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하지만 오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다고 말했다.

작업하면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나?

주변 사람들은 ‘구상한 아이디어가 없어 걱정되지 않냐, 새롭게 출시될 주얼리 디자인을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지 않냐?’고 묻지만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다. 오히려 재미있게 일을 하면서 해야 할 일이 점점 늘어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웃음) 

해야 할 일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럴 때에는 잠을 자거나 음식을 섭취하는 것으로 에너지를 얻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작품의 영감은 어디서 받는가?

작품에 대한 어떤 영감을 얻으려고 집착하고 찾아다니는 성향은 아니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거리를 지나다니면서 보는 건물 등 이러한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 자체가 나에게 영감을 주는 기본적인 것이다.

또한 정성을 들여서 만든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통해서도 영감을 얻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그들과 같은 콘셉트로 작품을 만들지 않고 내 것으로 재해석해서 작품을 완성한다. 

작업할 때 특별히 좋아하는 주얼리 소재는?

‘실버’와 ‘골드’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갔을 때 목공예와 금속공예를 같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내가 나무보다 금속 소재를 다루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무로 작품을 만들어 놓으면 날씨에 변화에 따라 변형되고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었던 반면 금속 소재는 다루기가 쉽고 좋았다. 특히 실버와 골드는 구부리는 것은 물론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 주얼리를 만들 때 재미있게 요리할 수 있는 좋은 재료이다.

또한 천연 브라운 컬러가 빛나는 커피 다이아몬드를 좋아한다. 다이아몬드이기 때문에 빛이 반사됐을 때 빛나고 아름다운 건 사실이지만 커피 다이아몬드는 색깔자체가 흔하지 않고 따뜻하기 때문에 다른 소재와 잘 어울려서 맘에 든다.

자신의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주얼리는?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주얼리는 왕관 보석(Crown Jewelry) 목걸이다. 이는 펜던트가 크고 색상이 가득 채워진 목걸이 시리즈 중 하나인데 언젠가 영국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에서 이 주얼리를 전시한 적이 있었다.

당시 스웨덴 대사관 부인께서 전시된 내 주얼리를 보고 마음에 들어 직접 구입한 적이 있다. 그때 부인께서 착용한 모습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정말 멋있고 아름다웠다. 디자이너로서 뿌듯하고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주얼리 디자이너가 안됐다면 엔지니어가 되지 않았을까.”


어렸을 때부터 오싸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겠다고 꿈꾸지 않았다. 건축가인 아버지와 텍스타일 디자이너인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온 그의 환경 자체가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만들었다.

디자이너가 안됐다면 무슨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나?

부모님은 디자이너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한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쉽지 않은 직업이란 것을 알고 계셨다. 그래서인지 두 분은 내가 디자이너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을 때 많이 걱정하셨다. 

학창시절 수학을 좋아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곁에서 보고 자라온 영향이 컸기 때문에 나 역시 자연스럽게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만약 디자이너가 안됐다면 엔지니어가 되지 않았을까. 기계를 고치고 또 고쳐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엔지니어라면 자신의 작품을 위해 고민을 거듭한 후 만들고 또 다시 만들어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미루어 생각한다면 디자이너 말고는 택할 수 있는 직업이 엔지니어 밖에 없는 것 같다.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꾸준히 개발하고 관찰하는 사람. 새로운 것을 찾고 또 찾으면서 목표를 향해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는 사람이다. 그 목표에 다다르더라도 모든 것을 다 이뤘다고, 성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있어서 디자이너는 새로운 것을 찾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다.

당신의 최종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은?

부정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따로 내 삶의 목표를 정해놓지 않는다. 현재는 교육, 책 등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올 12월에는 자서전을 발간할 계획이다. 

특별히 자서전 발간에 앞서 이번 한국에서의 여행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얻은 것을 기록하기 위해 책에 구성될 페이지의 일부를 남겨두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특별한 메시지는 없다. 하지만 (대중성이 높지 않는) 내 작품을 사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있어서 큰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새로운 작품을 갖게 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내 자신을 보석으로 표현하자면 연한 블루 컬러의 사파이어 같다. 다이아몬드보다 친근하고 부담스럽지 않는…”

보석과 함께하는 시간이 누구보다 많은 오싸 로크너. 그는 자신이 생갔했을 때 어떤 보석과 가장 닮아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화려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도, 붉게 타오르는 루비도 아닌 ‘연한 블루의 사파이어’라고 대답했다.  

“나는 내가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사람 같지 않다. 물론 사파이어도 단단한 재질의 보석이지만 연한 블루빛이 감도는 사파이어는 아무래도 다이아몬드보다 부담없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보석인 것 같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오싸의 주얼리에서 느껴지는 선의 움직임, 부드러운 곡선과 조화는 오싸의 모습을 가장 솔직하게 담아낸 분신처럼 느껴진다. 내가 만난 그는 한국의 가을 햇살만큼 따뜻한 사람이었고 새로운 것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디자이너였다.


2011-10-25 10:20 / 수정: 2011-10-2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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