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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10.10 | 조회수 : 172

제목 : <사설> 기후변화가 세계 이주 문제에 경종 울린다 (2023.10.10)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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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생존을 위협하는 새로운 도전과제를 마주하고 있는 듯하다. 바로 자연재해의 피해강도와 발생빈도의 증가이다. 리비아 다르나(Darna) 시를 휩쓸고 간 허리케인 ‘다니엘’처럼 강력한 자연재해가 더욱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그 여파는 수 세기 동안 지속되며 도시뿐만 아니라 고대 유적에도 큰 피해를 남긴다. SF 영화에서나 자주 봤던, 한편으로 기후학자들이 수년간 경고했던 모습은 이제 80억 세계 인구가 자처한 우려스러운 현실이 되었다.

기후변화 피해의 강도가 강해지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안전한 지역을 찾아 떠나며 각 나라 안팎으로 피난의 물결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설에서는 기후변화로 바뀐 삶의 모습과 그 여파로 생겨난 대규모 이주를 살펴보고자 한다.

 

기후변화는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

올여름은 기후변화로 인해 세상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에 대한 진지한 경고였다. 전 세계가 기록적인 폭염과 전례 없는 기상현상을 보였다.

작년 서방 국가에서만 6만 명이 폭염으로 사망하였다. 폭염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 세계를 휩쓸고 갔다. 아랍 지역의 경우 대기 상층부 고기압에 고온의 공기가 집중되는 ‘열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라크는 기온이 50도를 웃돌자, 기온상승을 경고하며 행정업무 중단 및 정부 기관 단축 업무를 결정했다. 또한 마그립 지역(서부 아랍)의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에서는 기록적인 기온 상승에 화재가 발생하여 크게 번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고온 현상은 강을 메마르게 하고, 사막화 현상은 농업과 천연자원을 위협한다. 즉, 기후변화의 여파는 자연재해 발생으로 끝나지 않고, 지구 곳곳에서 글로벌 식량 위기로 나타날 것이다.

 

기후난민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에서 파괴적인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보면, 결국 이러한 지역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리란 사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기후변화에 취약한 지역 대부분이 농촌지역이기 때문에 향후 수백만 명이 집과 생계 수단을 잃게 될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관계자에 따르면 2050년 무렵에는 약 12억 명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난으로 난민이 될 수도 있다. 이 중 대다수가 ‘기후비상사태’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한편, 국제이주기구(IOM)는 2022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 수가 전년 대비 30% 상승하여 305,000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IOM은 기후변화가 지구 전역에서 이주 패턴을 재형성하 고 있다며 강조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기상현상의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고, 이러한 위험 때문에 매년 2천만 명 이상이 고향을 뒤로한 채 자국 내 타지역으로 이주하고 있다.

 

‘난민’과 ‘이주민’

UNHCR는 가혹한 기후변화 여파를 피해 이주한 사람들에게 '기후난민'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분쟁, 전쟁으로 인한 난민보다 기후로 인한 이주민 수가 훨씬 크다.

또한 유엔개발계획(UNDP) 소속 경제 및 주거 전문가였던 칼리드 알사이드 핫산(Khaled al-Sayed Hassan)은 국제법이 기후로 인한 이주민을 보호할 수 없다며, 이주민 지원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법적 보호는 정치적 폭력 사태로 본국을 떠난 난민에게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기후난민은 안전하고 비교적 가격이 낮은 이주 경로를 이용할 수 없다. 가혹한 국경 통제 시스템은 특히 불법 입국한 이주민을 사회에서 소외하고 착취하여 이주민이 안전한 삶을 누릴 권리를 박탈한다. 한편, 여전히 기후난민 상당수가 안전한 이주 경로를 이용할 수 없는 지역에 발이 묶여 있다.

 

국경개방, 위기 극복을 향한 한 걸음

가이아 빈스(Gaia Vince)의 저서 『노마드 세기: 기후이주가 재구성할 세계』에서는 국가 간 이동 제한을 없앨 경우 수용국에서 이주민이 만들어 낼 이점을 조명하여, 세상을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 기후변화로부터 세상을 구원할 해결책을 다루고 있다.

빈스는 저서에서 집단 이주를 통해 인류의 최대 과제를 해결하고, 빈곤과 기후변화 여파에 노출된 피해인구 수를 줄이고, 북반구 국가 경제에 노동 인력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프리카 국가는 현재 상대적으로 극심한 인구 증가를 보이고 있다. 즉, 기후변화 피해를 겪는 인구의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며, 천연자원이 부족한 곳에서는 천연자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반면 북반구 국가 대부분에서 인구 성장률이 위기에 빠져 있다. 특히 유럽 출산율은 인구학적 균형을 유지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국제 이주민의 GDP 기여도 통계에 따르면 국제 이주민은 세계 인구의 3.6%이고, 전 세계 GDP의 약 10%를 책임진다. 이는 이주를 하지 않을 경우 달성할 수 있는 GDP보다 더 큰 수치이다.

미국 세계개발센터의 마이클 클레멘스(Michael Clemens)는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면 전 세계 GDP가 배로 증가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통해 창의성이 향상할 것’이라 보았다.

인류의 존망을 가를 기후 위기는 정치인들 선반 위에 가만히 놓여 먼지를 털어 주길 기다리겠다는 수동적 태도로 대응해선 안 된다. 다른 행성에서 살 방법을 찾아가는 것보다 태초부터 인류를 품어온 이 행성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이다.

 

기후난민은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조차 희박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향에서 살아갈 수도, 새로운 곳에 정착할 수도 없다면 기후난민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아무것도 없다. 기후난민의 존재와 규모가 국제기관 통계로 명백하게 뒷받침되는 만큼 국제사회에서 기후난민에 대한 조속한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난민은 이미 국가의 보호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인데, 이를 알면서도 누구도 이들을 보호하지 않고 외면한다면 기후난민의 죽음은 자연재해로 인한 천재가 아닌 인재가 아닐까?

 

출처: " نظرة عن كثب.. التغيُّر المناخي ينذر بأزمة هجرة عالمية جديدة", NoonPost, Sep 14, 2023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사날짜: 2023.09.14 (검색일: 202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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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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