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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8.23 | 조회수 : 150

제목 : “우리에게 비처럼 총탄을 퍼부었다” 사우디-예멘 국경, 킬링필드가 되다 (2023.08.23)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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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경수비대는 2022 3월부터 2023 6월까지 사우디-예멘 국경을 건너려고 시도하는 에티오피아 이민자 및 망명 신청자에게 총격을 퍼부었다. 사우디 국경수비대는 포탄과 총탄을 이용하여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최소 수백 명에게 집단 학살 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HRW)는 8월 21일 ‘우리에게 비처럼 총탄을 퍼부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해당 사실을 밝혔다. 사우디 국경수비대는 그 밖에도 일부 월경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어디에 총을 맞고 싶냐”고 질문한 후 근거리에서 사격하거나, 사우디 당국에 임시구금 상태로 있다가 풀려난 사람과 예멘으로 돌아가는 사람에게 포탄을 발사하기도 하였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주하거나 일하는 에티오피아인 수는 75만 명에 달한다. 대다수는 경제적인 이유로 이민을 오지만, 그중에는 정부의 심각한 인권 침해, 북에티오피아에서 무력분쟁을 피해 도망쳐 온 사람도 있다. 수십 년간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대에서 이민을 시도한 이민자의 90% 이상은 아덴만(Gulf of Aden)을 거쳐 예멘-사우디 국경으로 이어지는 ‘동부 노선’ 혹은 ‘예멘 노선’이라 불리는 위험한 여정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이민자 중 여성과 아이의 비율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예멘 내전이 발발하면서 정부와 후티 군은 이민자들을 구금하고 박해를 일삼았다. 그로부터 4년 뒤 HRW는 예멘 보안대가 아프리카 뿔 지역에서 온 이민자 및 망명 신청자를 고문하고 바다로 집단 추방하였다는 것을 보도했다. 또한 2021년에는 예멘 당국이 사나에 위치한 이민자 구금센터에 방화를 자행하기도 하였다.

HRW는 이러한 상황에서 예멘을 떠나 사우디로 이주를 시도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사우디-예멘 국경의 실태를 조사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에 따르면 브로커를 통해 사우디 국경에 도착한 후에도 이민자는 많은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우디 국경수비대는 국경지대에 드론을 배치하고, 총을 들고 국경 지역을 순찰하거나, 후방에 로켓 발사기로 보이는 것을 부착한 대형 차량을 타고 순찰하였다. 또한 일부 사람들은 사우디 국경에 가로등처럼 보이는 감시카메라가 있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민자들은 사우디-예멘 국경 지역이 다양한 불법행위가 만연한 지역이라고 설명하며, 이 지역에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는 폭력을 자행하면서 갈취를 일삼는다고 진술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은 사우디 국경 수비대가 월경을 시도했다는 이유만으로 박격포와 포탄을 동원해 공격을 퍼부었다고 묘사한다. 그 횟수만 28건에 달하며, 포격은 몇 시간에서 며칠 동안 지속되기도 하였다.

포격이 중단된 후의 상황은 처참했다. 여성, 남성 어린이를 불문하고 접경지의 산악지대 전역에서 심각한 총상을 입고 신체의 일부가 절단되거나, 사살당한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생존자들은 피해자를 데리고 올 수 없었던 죄책감에 휩싸여 있다. HRW는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저명한 법의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고문피해자재활협의회(International Rehabilitation Council for Torture Victims, IRCT)의 국제 법의학 전문가들은 소셜 미디어와 HRW에게 받은 동영상과 사진을 분석하여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이민자들의 부상 원인을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부상의 종류가 ‘포탄에 의한 열상과 파편 등으로 인한 부상과 일치하는 패턴’을 보였으며, ‘총상과 일치하는 부상’도 있다는 결론을 지었다.

이 보고서는 사우디 국경 수비대의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집단 학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HRW는 이 경로를 따라 이민자들이 수차례 학대에 직면하는데 있어서 후티군 또한 상당수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사다(Saada)주 접경지에서 후티 군은 이민자 구금, 갈취, 고문, 인신매매 등 불법행위를 일삼으면서 이민자와 브로커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HRW는 해당 사건 피해자와 관련된 정부는 예멘-사우디 국경 접근을 돕고 이민자를 구금하고 강탈한 후티 관리에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민자와 망명 신청자에게 행한 포탄 및 총탄 공격 행위 및 치명적 무력 사용에 대한 행위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정책을 철회하고, 이미 발생한 행위와 관련된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출처: القتل الجماعي على يد السعودية بحق المهاجرين الإثيوبيين على الحدود اليمنية-السعودية,HRW, Aug 21, 2023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사날짜: 2023.08.21 (검색일:20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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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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