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유럽연합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유럽통합의 설계자였던 모네(Jean Monnet)는 1976년 회고록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제시했다. “과거의 주권국가는 더 이상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주권국가들은 개별적으로는 현재의 발전을 보장할 수 없고 스스로의 미래를 통제할 수도 없다.” 현재의 유럽연합은 모네의 말대로 주권국가를 넘어서는 더 넓고 새로운 초국가 공동체에 접근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로존 위기 등으로 유럽통합의 한계와 붕괴 가능성까지 예측되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연합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유럽연합은 멀지 않은 미래에 이질적인 역사, 언어, 문화를 가진 30개의 회원국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이질적인 민족들이 단일한 정치공동체를 만들수 있을까? 유럽시민들이 개별국가와 지방,지역에 대한 뿌리깊은 애착을 가지고있으면서도 유럽인이라는 공동의식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만약 현재의 회원국들이 2차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탄생한 최초의 유럽공동체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사례를 따른다면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다. 최초의 공동체는 과거의 적대적 국가들과의 화해와 평화 진작을 위한 도덕적인 정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 공동체는 모든 회원국들이 동등한 권리와 소수자에 대한 존중을 유지했었다.
그렇다면 현재의 유럽통합을 더욱 진전시킬 수 있을까? 회원국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만을 선택한다면 유럽연합은 결국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따라서 유럽연합은 공동의 규범과 공동의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외, 선택적 유보 등은 정말로 예외적이어야 하고 단기적이어야 한다. 이행기는 필요하지만, 모든 회원국들이 동일한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단일한 목표를 지향하지 않는다면, 연대감은 사라지고 강력하고 단일한 유럽으로서의 이점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구화가 진행되면서 유럽은 일본과 미국과 같은 전통적인 경쟁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중국, 인도와 같은 신생 경제대국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러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방안은 유럽이 실질적인 지구적 행위자가 되는 것이다. 유럽은 세계무대에서 단일한 목소리와 단일한 행동을 통해 스스로의 이해를 주장해야 한다. 이것은 정치적 단일체가 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유럽이사회 상임의장, 집행위원회 의장,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모두 유럽연합에 강력하고 지속적인 리더십을 부여해야 한다. 동시에 유럽연합은 좀 더 민주적이 되어야 한다. 유럽의회 의원은 전 유럽시민들에 의해 5년마다 보편 참정권을 통해 선출된다. 그러나 유럽의회 선거의 투표율은 국가마다 상이하며, 일반적으로 낮다. 유럽연합의 여러 제도와 개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교육과 NGO 네트워크 등을 통해 일반대중들에게 좀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찾는 것이며, 유럽 공론의 장이 등장하도록 장려해서 그 안에서 유럽연합 시민들이 정치 의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럽은 국제문제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유럽연합이 지니고 있는 힘은 인권존중, 법치준수, 환경보호, 사회적 기준의 유지 등과 같은 유럽적 가치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능력이다. 이러한 가치가 불완전하다면, 유럽연합은 모범적인 인도주의 모델을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가치가 어느 정도 완전하다면, 다른 지역은 유럽의 가치를 모델로 삼게 될 것이다. 공적재정 균형, 인구노령화 대처, 과학기술 발전과 그에 수반되는 윤리문제 해결, 자유와 안전보장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유럽은 세계의 존중을 받을 것이고 계속해서 그들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